올해 현대차·기아 부진에 전기차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전년대비 3.8%↓
테슬라, 모델Y 앞세워 수입차 전체 판매 4위 기록···모델Y는 모델별 판매 3위
벤츠·BMW, 전기차 판매 전년대비 70% 이상 늘어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는 모습. /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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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수입차 브랜드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기아를 비롯한 국산 전기차 판매는 줄어든 반면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등 일부 수입 브랜드 판매는 작년보다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전기차 판매는 14만9939대로 전년대비(15만5892대) 3.8% 줄었다. 전기차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두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했으나 올해 판매가 주춤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이는 국내 완성차 부진 영향이 크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올해 1~11월 1만5814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40.7% 감소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출시한 아이오닉6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9101대로 오히려 작년보다 11.1% 줄었다. 기아 EV6도 1만6534대로 전년대비 30% 감소했다. 이 밖에도 제네시스 G80 전기차는 전년대비 61.6%, GV60은 42%, GV70 25.4% 등 다른 전기차 모델도 전년대비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전체 시장이 침체됐지만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선 판매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는 1~11월 전년대비 7.4% 늘어난 1만543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모델Y의 경우 올해 1만3086대를 판매하며 테슬라 전체 실적을 견인했으며,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이어 모델별 판매 3위를 기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벤츠 전기차 판매는 7570대, BMW는 7160대로 각각 전년대비 76%, 71% 증가했다.

벤츠는 EQA, EQB, EQE, EQS, EQE SUV, EQS SUV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나가며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앞서 벤츠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11%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벤츠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 2021년엔 1.7%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6.1%, 올해에는 11.1%로 상승했다.

BMW도 iX를 비롯해 iX1, iX3, i4, i5, i7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모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 두터운 브랜드 충성 고객층과 가격 할인 정책 맞물려 시너지 효과

3사 전기차 흥행의 이유로는 우선 두터운 마니아층이 꼽힌다. 벤츠와 BMW는 내연기관차량부터 이어져 온 브랜드 충성 고객들이 상당수다. 양사는 지난 10년 가까이 국내 수입차 시장 선두권을 지키면서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대표 브랜드다.

내연기관 때부터 충성도가 높았던 고객층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연스레 양사 전기차로 갈아타면서 판매량으로 직결됐다.

테슬라의 경우 전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자 전기차 선두기업으로, ‘얼리어답터’ 성격이 강한 전기차 고객들의 성향과 맞물려 자동차 기업 중에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측에 속한다.

가격도 한 몫 거들었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 모델Y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후륜구동(RWD)모델로 이전 모델Y 대비 가격이 저렴해 전기차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다.

모델Y 롱레인지의 경우 올해 초엔 780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 판매 중인 모델Y RWD의 경우 5699만원에 달해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25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RWD는 롱레인지 대비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짧아졌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판매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벤츠와 BMW 전기차의 경우 1억원이 넘는 고가 차종이 많지만, 할인율이 내연기관 대비 월등히 높아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대부분 모델이 1000만원 이상 할인하며 많게는 3000만원 이상 할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자동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재 BMW 전기차는 대부분 1000만~1500만원 할인하고 있으며 iX는 1900만~2700만원, i7은 2100만~3000만원 가까이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벤츠도 EQA는 650만~1200만원, EQE는 1100만~2400만원, EQE SUV는 1300만원, EQS는 3000만원 이상 할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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