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리1호기 해체, 국내기업 실적 확보 도움”
“화장실 없는 아파트”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급
“정부주도 기술개발, 실제 해체사업 활용 중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원전 해체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고리1호기 원전 해체를 승인해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쌓도록 뒷받침헐 계획이다. 해체 산업이 안착하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원전 해체 사업을 수행할 때 국내 기술 사용을 배려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운영 원전 423기 중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현재 원전이 지속 건설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원전 해체 산업이 미래 원자력 업계를 이끌 유망 분야란 분석이다. 

전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정부 추산 약 400조~600조원 규모다. 2020년대 후반부터 초기 원전 도입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본격 확대되고, 글로벌 경쟁체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시장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원전 해체 시장 진출기반을 구축하고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019년 인프라 구축과 원전해체 전문 기업 육성,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제도 기반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원전해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해 2035년까지 해체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권 교체 후 원전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면서 원전 해체시장 조성 지연에 따른 성장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원전 해체시장 육성 방침엔 변화가 없단 입장이다. 원전해체연구소를 통한 해체기술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타사업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선단 방침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원전 해체 시장은 거대시장으로 우리가 선점해야 할 포기할 수 없다”며 “정부는 우선 내년 고리1호기 원전 해체를 착수해 우리 기업이 원전해체 실적을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해체 전주기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원자력환경보건연구원도 차질없이 건설해 기술 실증, 인력 양성 등 원전 해체 거점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전해체 방식은 크게 즉시해체와 지연해체, 영구밀봉으로 나뉜다. 이중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정성 측면에서 권고하는 즉시해체는 원전 영구정지 후 약 5년간 안전관리기간을 거친 후 해체를 시작해 인출/격리, 제염, 절단/철거, 폐기물 관리, 복원/종료 과정을 통해 해체를 완료한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는 현재 준비 중인 고리1호기, 월성1호기 해체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이 원전 해체 단계별 경험, 기술력을 쌓도록 돕겠단 방침이다. 고리1호기는 2017년 영구정지된 이후 주민의견 수렴 및 해체승인 신청까지 완료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해체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1호기는 2019년 영구정지돼 주민의견 수렴을 앞두고 있다.

국내 원전해체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란 분석이다. 권원택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은 “해외 원전에서는 건설시 아예 건식 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에 들어간다”며 “우리나라는 건설할 때 건식저장 부지 확보는 고사하고 습식 저장소도 절반 정도만 확보한다. 그러다보니 ‘화장실 없는 아파트’란 공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방폐물 관리 문제가 지속 가능한 원전 운영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고 처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법을 토대로 수용성을 확보하고 건설, 운영, 해체의 전체적 체계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전해체 관련 국내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선 사업 수행을 통한 실적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단 주장이다. 

김창규 두산에너빌리티 원전해체기술개발 수석은 “2030년부터 본격적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가동 원전에서 보관하는 증기발생기, 원자로 헤드 같은 사업들을 파일럿 프로젝트로 수행할 때 국내 기술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국내 기업들이 실적을 확보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국가 예산으로 투입된 많은 기술개발이 진행되는데 기술개발로만 끝나면 실적을 확보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 기술 개발에 대한 결과물들이 실제 해체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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