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AI·로봇 기반으로 한 자동화 생산 플랫폼···글로벌 전기차 공장으로 확대
새 노조, 정년연장·주4일제·상여금 900% 등 공약···강성 노조에 파업 가능성 높아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국내와 해외 생산 환경에서 극명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기술 혁신을 통한 자동화 제조 기반 플랫폼을 준비중인 반면, 국내에선 노동조합 파업리스크에 따른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 위치한 ‘글로벌혁신센터(HMGICS)’ 준공식을 개최했다. HMGICS는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로봇이 '셀'에서 아이오닉5를 조립하는 모습.  / 사진=현대차
로봇이 '셀'에서 아이오닉5를 조립하는 모습. / 사진=현대차

기존 컨베이어 벨트 대신 타원형 모양의 셀(CELL)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가상 3차원 공간에 ‘디지털 트윈’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를 구축해 효율성을 높인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로봇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 공장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 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지아 공장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선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내년 파업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 노조는 최근 새 지부장 선거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문용문 후보가 당선됐다. 문 후보는 53.2%(1만8807표)를 지지를 얻어 임부규(47.72%·1만6162표) 후보를 누르고 지부장에 뽑혔다.

문 신임 지부장은 선거 당시 상여금 900%, 정년연장, 주4일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만큼 내년 임단협에서 사측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년연장의 경우 최근 현대차 노조가 매년 임단협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인데, 사측은 이에 대해선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내년 임단협에서도 잡음이 예상된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무분규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치고 있지만, 문 지부장 이력과 노조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시밭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 지부장은 10여년전 4대 지부장으로 재임하면서 20차례가 넘는 부분 파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2년 성과 분배 투쟁, 1998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구속 및 해고된 이력이 있을 만큼 강경 투쟁에 앞장선 인물이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올해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후보자들만 나올 정도로, 기존 협상에 대해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교섭이 결렬된 후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1.76%(투표자 대비)가 찬성하며 역대 최고 찬성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호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임금 등 노조 요구 수준도 상승할 것”이라며 “여기에 노조 구성원 중 절반 가까이가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다, 전기차 공장 등에 따른 고용 불안이 더해지면서 사측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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