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동차 산업 ‘올해의 인물’ 선정 이어 대영제국훈장까지···삼성전자 실적 역전하고 대기업 중 1위 오르기도
각자 법적 이슈로 바쁜 연말 보내는 나머지 세 총수와 대조적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연말을 맞이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의 풍경이 대조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이 각각의 법적 이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견조한 실적과 함께 비교적 무난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현장경영만 하기에도 바쁜 주요 그룹사 회장들은 각각 저마다의 이유로 법적 다툼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사면복권 받으며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여전히 재판을 받는 신세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 받았다.
해당 재판 선고일은 내년 1월 26일이다. 자칫 지리하게 끌었던 법정싸움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선고를 기다리며 연말을 보내야 할 판이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가족 간 소송을 벌이며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최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구 LG그룹 회장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그룹 지분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두 사람 소송의 공통점이다. 소송 양상을 볼 때 내년까지도 해당 이슈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 사람과 다르게 취임 3년 차인 정의선 회장에겐 연말에 좋은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정 회장은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선정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뽑혔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을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선정한다. 정 회장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달 14일엔 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양국관계 증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부친인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에 이어 같은 훈장을 받은 것이다.
회사실적을 놓고 봐도 정 회장은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3분기 기준 현대차는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46.3% 늘어난 수치다. 특히 늘 1등을 놓치지 않던 삼성전자를 실적으로 제쳤다는 점에서 올해는 현대차 그룹에 있어 기록할 만한 한 해로 꼽힌다. 3분기까지 현대차 누적 영업이익은 11조 6524억원으로 15년 연속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영업이익 1위자리에 올랐다.
불경기가 무색하게 현대차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3분기까지 특히 미국(100.2%), 인도(102%) 등 해외 생산기지들은 높은 공장가동률을 기록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 현대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현재 정 회장의 평안한 연말은 과거의 과감하게 결단들의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정 회장은 취임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였다.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개한데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분야 기술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다만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고 시장에서 완성차 업계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글로벌 판매 점유율(소매기준)은 2022년 4월 6.0%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현대차의 2024년 주당순이익(EPS)은 대기 수요 소진에 따른 재고 인센티브상승, 내연기관차(ICE) 경쟁 심화, 전기차(BEV) 가격 인하 압력 영향으로 2023년 대비 -24% 줄어들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순환출자 구조를 올해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도 정 회장으로선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