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동차 산업 ‘올해의 인물’ 선정 이어 대영제국훈장까지···삼성전자 실적 역전하고 대기업 중 1위 오르기도
각자 법적 이슈로 바쁜 연말 보내는 나머지 세 총수와 대조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4일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Honorary Commander of the 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 CBE)을 수훈하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4일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Honorary Commander of the 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 CBE)을 수훈하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연말을 맞이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의 풍경이 대조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이 각각의 법적 이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견조한 실적과 함께 비교적 무난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현장경영만 하기에도 바쁜 주요 그룹사 회장들은 각각 저마다의 이유로 법적 다툼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사면복권 받으며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여전히 재판을 받는 신세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 받았다.

해당 재판 선고일은 내년 1월 26일이다. 자칫 지리하게 끌었던 법정싸움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선고를 기다리며 연말을 보내야 할 판이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가족 간 소송을 벌이며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최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구 LG그룹 회장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그룹 지분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두 사람 소송의 공통점이다. 소송 양상을 볼 때 내년까지도 해당 이슈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 사람과 다르게 취임 3년 차인 정의선 회장에겐 연말에 좋은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정 회장은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선정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뽑혔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을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선정한다. 정 회장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달 14일엔 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양국관계 증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부친인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에 이어 같은 훈장을 받은 것이다.

회사실적을 놓고 봐도 정 회장은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3분기 기준 현대차는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46.3% 늘어난 수치다. 특히 늘 1등을 놓치지 않던 삼성전자를 실적으로 제쳤다는 점에서 올해는 현대차 그룹에 있어 기록할 만한 한 해로 꼽힌다. 3분기까지 현대차 누적 영업이익은 11조 6524억원으로 15년 연속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영업이익 1위자리에 올랐다.

불경기가 무색하게 현대차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3분기까지 특히 미국(100.2%), 인도(102%) 등 해외 생산기지들은 높은 공장가동률을 기록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 현대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현재 정 회장의 평안한 연말은 과거의 과감하게 결단들의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정 회장은 취임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였다.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개한데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분야 기술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다만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고 시장에서 완성차 업계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글로벌 판매 점유율(소매기준)은 2022년 4월 6.0%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현대차의 2024년 주당순이익(EPS)은 대기 수요 소진에 따른 재고 인센티브상승, 내연기관차(ICE) 경쟁 심화, 전기차(BEV) 가격 인하 압력 영향으로 2023년 대비 -24% 줄어들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순환출자 구조를 올해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도 정 회장으로선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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