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성과급 지급, 결정되지 않았다”···직원 “공지 없어”, 개인별 금액 다르게 지급 
3Q 누적 영업익 58.7%↓ 등 실적 부진, 구조조정···직원 대상 퇴직금 고려, 4Q 영업익에도 여파
독감백신 1000만불 수주 이어 알리글로 허가 시 호재 예상···업계 “직원들 배려 필요” 당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GC녹십자가 연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지 주목된다. 올해 경영실적이 부진했고 희망퇴직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성과급 전망을 어둡게 한다. 반면 최근 독감백신이 1000만 달러 물량을 수주했고 내년 1월 ‘알리글로’에 대한 미국 FDA 허가가 기대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약사가 있는 반면 연초나 1분기 전년 실적을 토대로 지급하는 제약사가 파악되는 등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연말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약사에는 GC녹십자도 포함된다. 올해 GC녹십자는 예년과 다른 상황으로 분석된다. 전체 조직의 10% 감축을 목표로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인력이 아닌 조직 감축을 강조하지만 지난달 초순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상태다. 녹십자 관계자는 “희망퇴직 절차는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일단 GC녹십자는 직원 대상 성과급 지급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녹십자 직원 A씨도 “현재까지 회사 인트라넷에 성과급 관련 공지가 뜨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녹십자는 매년 12월 하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기준과 평가를 거쳐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다. 개인별로 성과급 금액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GC녹십자를 둘러싼 환경은 성과급에 우호적이지 않다. 핵심은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상금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대부분 일시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녹십자로서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달은 아니어도 내년 초에는 지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상 구조조정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GC녹십자 조직감축의 직접 배경으로 거론되는 사안은 경영실적 부진이다. 실제 녹십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 2217억원과 영업이익 428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0%, 58.7% 감소한 수치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GC녹십자 실적 부진 원인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 그대로”라며 “경영자 입장에서는 실적 특히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교해 절반 이상 축소한 상황에서 성과급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매년 다른 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부진했던 GC녹십자가 직원 성과급을 예년 수준으로 지급할 경우 올 4분기는 영업적자 폭이 커지고 올해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여파가 심각하다는 것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실제 GC녹십자는 2018년 4분기 56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2019년 4분기 173억원, 2020년 4분기 222억원, 2021년 4분기 140억원, 2022년 4분기 224억원 각각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GC녹십자가 현재 진행하는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하고 직원 퇴직금 등 일시 지급까지 완료하면 경영실적이 호전돼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성과급 지급을 가능케하는 요소인 것이다. GC녹십자가 생산하는 독감백신 ‘지씨플루’가 지난달 태국 국영 제약사 ‘GPO’ 2024년 입찰에서 1000만 달러 규모 물량을 최근 수주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 2014년 태국 독감백신 시장 진출 이후 계약한 물량 중 최대 규모라는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내년 1월에는 GC녹십자가 개발한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대한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녹십자는 알리글로가 허가를 받을 경우 실적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GC녹십자 예상대로 알리글로가 허가를 받으면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며 직원들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시장 매출에 앞서 긍정적 여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와 증권가는 알리글로가 내년 1월 FDA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시장 매출은 연간 2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구조조정 등 악재와 내년 초로 예상되는 호재가 엇갈리고 있는 GC녹십자의 성과급 지급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GC녹십자 직원들은 국내 매출 2위 제약사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근무해왔다”라며 “성과급 지급 여부나 지급 수준, 내년 연기 여부 등은 경영자가 확정할 사안이지만 직원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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