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기업 상속세 경영 부담 ‘부각’
그간 부정적인 野 내 상속세 완화 필요성 
“유산취득세·최대주주할증 개선” 공개 제기  
당정, 세수펑크 우려에 한 발 빼는 분위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삼성, LG 등 주요 기업 오너들이 상속세로 경영 부담이 커진 가운데 그간 부자감세를 이유로 상속세 완화에 반대 했던 야당 내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의원들이 부담을 무릅쓰고 기업 영속성을 위해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엔 오히려 정부 여당 쪽에서 한 발 빼는 분위기다. 상속세 부담 완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유산취득세 도입,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가 세수 결손을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에 당정이 신중론으로 돌아선게 아니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지난달 29일 ㈜LG 주식 315만8557주를 담보로 162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이달초 공시했다. 이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2018년 구본무 선대 회장 사망 이후 총 7162억원의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 2조9000억원을 주식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방식으로 연부연납하고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 성장 역사를 감안할 때 기업을 일군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할 시기가 도래하면서 상속세로 인한 경영 부담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통계 수치상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내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최고세율은 50%로 55%인 일본에 이어 2위다. 하지만 기업 승계시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반영하면 60%로 높아진다. OECD 전체 상속세율 평균은 12.9%, 상속세가 존재하는 18개국의 세율 평균은 27.1%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러한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조정이 이뤄지진 못했다. 

이는 상속세가 가진 특성에 기인한단 분석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 상속세수는 연간 2조2500억원이며 피상속인 수는 7325명이다. 연 사망자가 30만~3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속세 과세인원은 2~3%에 불과해 기업 소유주나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대다수 일반인들은 상속세 납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부자 감세 비판에 상속세 완화가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속세가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굴지 제약사인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지난 7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보유 지분을 해외 사모펀드에 넘겼다. 국내 밀폐용기 1위업체 락앤락 창업주는 아예 생전에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회사 전체를 해외 사모펀드에 팔았다. 

이에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상속세 개편은 법률 개정사항으로 그간 국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손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야당은 대체로 부의 재분배, 부자 감세 우려 등을 이유로 상속세 부담 완화에 부정적이지만 최근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황희 의원은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현 상속세, 증여세 체계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고, 기업 활력 제고 측면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이나 최대주주 할증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상증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과감한 시도도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대주주 할증제도는 폐지하는게 마땅하다. 최대주주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전제로 할증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처럼 상속세가 유지되면 가업승계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유지 발전되는 게 중요하단 측면에서 상속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단 지적이다. 

야당 내 상속세 부담 완화 움직임이 꿈틀대면서 관련 논의 활성화 기대가 나오지만, 이젠 오히려 정부 여당쪽에서 관련 움직임이 잠잠하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는 당초 예고했던 상속세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이 빠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선 상속세가 높단 의견에 개편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논의에 방점을 찍는 언급을 내놨다.

김 의원은 “지금 우리가 상속세 문제를 꺼내도 여당에서 별 반응이 없다. 정부도 지금 세수가 줄어들다보니 적극적 의사 표시가 없다”며 “민주당에서 몇 명이 얘기를 하면 정부가 좀 나서야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완화에 신중한 민주당 내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의견을 내놓았음에도 정부쪽에서 호응이 없단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관련해선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내용 외에 더 드릴 말씀은 없다”며 “유산취득세 도입은 관련 연구용역보고서가 이달 안에 나올 것이다. 보고서가 나온다고 법안이 바로 나오진 않고 결과를 보고 추가적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또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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