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일부 실형→집유…法 “개인에게 모든 책임 전가할 수 없어”

현대제철의 철근 제품.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철근 제품.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관급 입찰 사상 최대 규모인 6조 원대 철근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를 승인·지시하거나 가담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임직원 중 일부는 형의 집행을 유예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6일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공정거래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각각 벌금 2억원과 1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또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에게 각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도 유지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이 사건 담합을 주도한 현대제철에게 선고된 2억원은 법정최고형이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현대제철 전직 임원 김아무개씨와 함아무개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에게는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함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담합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증거가 없고 퇴사 등의 사정만으로 공모 관계를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담합행위의 주체는 회사인데, 개인에게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수천만원을 형사 공탁한 점, 1심 선고 이후 구금돼 형량을 채운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에 대해 합계 2540억원 상당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국가·지자체 등이 손해배상청구를 한 금액 등을 합치면 추정손실액의 90%가량이 보전된 사정, 제강사들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7대 제강사와 전현직 임직원 등은 2012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조달청이 실시하는 연간 관수철근 입찰에서 조직적으로 투찰가격, 업체별 배정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의 국내 철강업계 시장 점유율은 99%로 담합기간 총 입찰규모는 6조8442억원에 달하며 국고 손실 규모는 673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담합 사건을 파악한 뒤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1심은 7대 제강사 및 피고인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낙찰 가능 단가의 상한선인 예정가격을 높이기 위해 민수철근의 실거래 가격자료를 요청한 조달청에 실거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적용한 자료를 제출하기로 피고인들은 합의했다”라며 “철강업계 담합은 오랜 기간 관행으로 정착됐고 피고인들은 민수철근 판매 및 철스크랩 구매 관련 담합 행위에 대해 행정제재와 형사제재가 거듭되는 와중에도 관수철근에 관한 입찰담합을 중단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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