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비 한국 투자액 13.3%에 불과
국내 두드러진 기후테크 관련 기업 없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가 증폭되면서 자연스레 기후테크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기후테크 시장에 투자를 쏟고 있지만 아직 국내는 시장 형성 단계에 불과하다. 스타트업들은 기후테크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사업 환경 조성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전략’에 따라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의 합성어다.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모든 혁신 기술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국내외 시장 개척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30년까지 145조원 투자를 언급한 정부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기업 10개 육성, 수출규모 100조원 달성, 신규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기후테크 분야 및 글로벌 국가 대비 국내 투자금액. / 표=김은실 디자이너
기후테크 분야 및 글로벌 국가 대비 국내 투자금액. / 표=김은실 디자이너

기후테크에는 크게 클린테크(재생에너지), 카본테크(모빌리티), 에코테크(자원 재활용), 푸드테크(대체식품), 지오테크(기후 정보)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기후테크 산업이 성장 단계로 기후테크를 대표할 만한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은 없다.

아산나눔재단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투자금액은 1조520억원으로 글로벌 국가 평균액(7조9280억원) 대비 13.3%에 그쳤다.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45억원으로 주요국의 26.3%에 불과했다. 투자금이 적은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정부 인센티브 부족 때문으로 분석됐다.

현재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는 소풍벤처스가 기후테크 분야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풍벤처스는 현재 캡쳐6, 식스티헤르츠, 위미트, 엔벨롭스, 오이스터에이블 등 47개사의 기후테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소풍벤처스는 지난해만 21개사 기후테크 전문 기업에 투자했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 펀드를 만들고 기후테크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기후테크 영향력이 크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요하게 화두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연구실에 있는 분들을 창업자로 독려시키는 일명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같이 진행했다”면서 “아직 국내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기업도 없지만 몇 년 안에는 눈에 띄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초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VC들은 “지금이 기후테크에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시장 형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테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국내에는 기후테크 관련 규제가 막혀있어 정부 차원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규제 측면에서 글로벌 톱 100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34%는 규제로 인해 사업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나눔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테크 산업의 수요, 공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도입 ▲투자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특화 투자유치 기반을 위한 정책 설계 ▲기후테크 관련 규제 관리·수립·개선 구조 체계 변경 등을 제안했다.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기업은 기술 실증 기회가 많지 않아 충분한 실적과 신용을 쌓기 어렵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진다”면서 “정부 기술 실증 지원과 기후테크 관련 공공조달 규모를 확대해 투자 유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민관합동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등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적기에 수립, 개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기후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공동 목적하에 성장하고 있어 산업 미래는 밝다”면서 “글로벌 국가 대비 한국의 기후테크 기업 수가 적은 만큼 유니콘 10개사로 키우기 전에 녹색기업의 상장을 독려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고 창업부터 시장 안착까지 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정책 펀드를 확대하겠다”면서 “기후테크 생태계 지속 성장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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