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50 넷제로' 동참···기후테크 시장 급성장
국내 기후 기술 스타트업, 대규모 투자 유치 속속
전문가 "기후테크 수요 빠르게 늘어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기후위기가 심각해지자 전 세계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2050 넷제로(Net-Zero)’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각국은 기후 문제를 풀어낼 기후테크(climate tech)에도 주목하며 관련 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계속되는 투자 한파에도 기후테크 분야에는 뭉칫돈이 몰릴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기후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2020년 226억달러(한화 27조8000억원), 2021년 370억달러(한화 45조5500억원), 그리고 지난해 701억달러(한화 86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폭풍성장 중이다.
◇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 '기지개'···대규모 투자 유치도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 혹한기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올들어 5곳 이상이 투자를 유치하며 산업 생태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솔루션 스타트업 에이치투는 최근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이 560억원을 돌파했다. 2차 전지 벤처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에이치투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흐름전지를 개발한다. 특히 화재 위험성이 없고 대용량화가 용이한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를 개발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에이치투의 VRFB 기술은 현재 울산 화력발전소와 폴란드 신재생에너지국책연구소 등 14곳에 에너지저장장치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미국 최대 규모의 흐름전지 발전소 설립 사업에 선정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폐기물 수집운반 서비스 '업박스' 운영사 리코도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마무리했다. 업박스는 기업형 프리미엄 잔반 수거서비스로 사업장별 폐기물 컨설팅 서비스 및 자원 회수를 책임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푸디스트, GS리테일, 스타필드코엑스 등 고객사도 3000곳에 달한다.
리코는 이번 신규 투자금을 업박스 서비스 고도화 및 폐기물 관리 소프트웨어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유치에 앞서 차량공유 기업 쏘카와 체결한 폐기물 수거 운반 차량 관제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두 기업은 폐기물 운반 차량의 운행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차량 관제 시스템 신규 기능 개발, 차량 관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사용 경험 개선 등 분야에서 협력한다.
리코 관계자는 "업박스는 페기물을 고객사에서 처리장까지 역으로 운반하는 폐기물 물류 서비스"라며 "차량 관제 역량을 가진 쏘카와의 협력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60대의 차량이 3000곳에 달하는 고객사에 효율적으로 운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식품 업체에서는 음식물 폐기물이 대부분일 테지만, 물류 센터에서는 비닐, 폐지 등으로 업종별로 폐기물 종류가 다르다"며 "사업장의 종류, 규모 등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운반·처리하는 최적의 폐기물 자원순환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ESG 건축 플랫폼 에너지엑스가 200억원의 시리즈B,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플러그링크가 1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 소셜벤처, 기후테크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기후테크 수요 빠르게 늘어날 것"
이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진 데엔 인비저닝파트너스, 소풍벤처스 등 국내 임팩트 투자사의 공격적인 투자도 한몫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옐로우독 대표였던 제현주 대표와 김용현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임팩트 투자사로, 기후변화, 교육, 미래의 노동 분야 투자에 집중했다. 같은해 말 768억원 규모의 '인비저닝 클라이밋 솔루션(climate solution)' 투자조합을 결성하면서 기후테크 분야에 전액 민간 자본으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기후기술 펀드로 국내외 초기 단계 솔루션에 투자해왔다.
인비저닝은 2021년 에이치투와 리코에 초기 투자한 이후 최근 후속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김용현 인비저닝 대표는 "많은 기후기술이 기저기술(deep tech)의 속성을 띄기 때문에 여타 영역에 비해 상용화까지 호흡이 길다"며 "기업 초기에 적절한 자본의 투입과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고, 성장 과정에서 기존 기업들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기후기술에 대한 수요는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이에 대응하려면 가용한 기후기술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며 "인비저닝이 2021년부터 기후기술의 우선순위를 높여 투자를 집중해온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