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A 자료 분석 결과···제네시스 차량 등록대수 중 전기차 비율 2.7%, 벤츠·BMW 1~2%
브랜드별 등록 대수도 현대차·기아, 벤츠 이어 3년 만에 4위 올라···“수입차 공세 만만치 않을 것”

브랜드별 국내 완성차 등록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브랜드별 국내 완성차 등록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재 제네시스의 국내 등록 차량 중 순수전기차(이하 전기차) 비중이 다른 주요 브랜드의 비중보다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제네시스가 비교적 짧은 업력에도 전기차 판매 성과를 빠르게 늘려왔지만,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수입차 브랜드와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27일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 기준 현재 제네시스의 국내 차량 등록대수 71만1923대 중 전기차는 1만9712대(2.7%)로 집계됐다.

제네시스의 전기차 등록 비중은 BMW(2.0%), 벤츠(1.9%) 등 유력 수입차 브랜드 뿐 아니라 보급형 브랜드인 현대자동차(2.4%)와 기아(2.2%)보다 소폭 높다. 같은 시점에 등록된 브랜드별 등록대수에서도 제네시스는 현대차(19만8324대), 기아(13만5737대), 테슬라(5만1947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출범 8주년을 맞은 ‘후발주자’임에도 기성업체 못지않은 속도로 전기차 시대에 발맞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네시스는 2015년 출범 후 6년이 지난 2021년 G80 전동화모델을 시작으로 현재 GV70 전동화모델, GV60 등 전기차 3종을 판매 중이다. 매년 1종씩 신규 전기차를 출시한 셈이다.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전기차 GV60.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는 고급차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차급의 전기차 모델로 초기 라인업을 구축해 수요를 창출했다. 브랜드 전기차 중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60(9827대)가 가장 많이 운행되고 있다. GV70 전동화모델(4950대), G80 전동화모델(4935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각 전기차는 400㎞ 안팎 수준의 1회 최장 주행거리를 달성해 동급 수입차 모델보다 경쟁 우위를 점했다. 또한 GV60는 비슷한 크기를 갖춘 벤츠 EQB, BMW iX3와 비교할 때 최저 판매가가 6000만원대로 가장 낮다. 동시에 축거(2875㎜) 등 차체가 더욱 커 넓은 실내공간을 조성하고, 320㎾의 최고출력을 내는 등 더욱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고객 요구사항에 따라 선택사양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점도 수입차 대비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제네시스는 노상 충전, 과잉정비 예방·보상,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길안내, 무선 업데이트 등) 5년 무상, 소비재 정기구독, 호텔 멤버십 혜택 등 서비스로 차별화해 전기차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GV60를 선호하는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벤츠의 삼각별에 대한 로망이나, 테슬라의 전자기기 같은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면 GV60가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게시글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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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GV60가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테슬라·폴스타의 가격공세 심화···“현대차그룹의 과제”

제네시스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지만, 수입 경쟁 브랜드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수입 승용 전기차의 등록대수는 12만9131대로, 5년 전인 2018년 10월말(2064대)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말 모델3를 시작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외연을 넓힌 테슬라는 지난달 말 제네시스를 압도하는 등록대수를 기록했다. 벤츠, BMW도 고가의 전기차를 주로 출시했음에도 부유층 수요를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제네시스를 턱밑에서 추격하는 중이다.

제네시스가 서비스, 사양 경쟁력 측면에서 수입차에 앞서는 반면 부족한 차량 가짓수를 빠르게 늘려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우위 요소인 가격경쟁력도 지속 강화해야 할 요소로 지목된다.

실제 볼보 자회사인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상품성을 확보한 준중형 SUV 폴스타2의 가격(최저 5590만원)을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 지급 기준에 맞춰 책정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테슬라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중형 SUV 모델Y를 미국산보다 약 2000만원 낮은 가격(5699만원) 판매하며 올해 1만대 판매를 앞둔 상황이다. 각종 인기 수입 전기차들은 제네시스 라인업의 빈틈을 채우며 구매수요를 충족시키는 중이다.

국내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제네시스가 가세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현대차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면서도 “중국 전기차 진입 등 향후 다각화할 경쟁구도에서 시장을 어떻게 지킬지가 현대차그룹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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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2021년 9월 공개한 차세대 신차 라인업의 실루엣.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2025년부터 전기차만 신차로 판매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신차로 출시하며 전동화 브랜드로 빠르게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완성차 그룹별 고급 브랜드 중 DS오토모빌(2024년)보다 늦지만 재규어와 같고, 아우디(2026년)와 렉서스(2030년)보다 가까운 시점이다. 제네시스는 2021년 9월 처음 이 같은 브랜드 전동화 비전을 공개한 후, 급변하는 업황 속에서 이를 고수하며 전동화 전환 의지를 피력하는 중이다.

한국 고객이 가장 먼저 만날 제네시스 차기 전기차 모델에 대한 힌트가 최근 주어졌다. 현대차는 오는 2026년 1분기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신규 플랫폼으로 개발한 제네시스 초대형 전기 SUV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해당 모델에 관한 정보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모델이 ‘GV9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차량에 적용될 신규 플랫폼은 같은 해 현대차그룹이 E-GMP에 이어 도입할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6년간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네시스 승용 전기차 5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 4종, 기아 4종 출시 계획을 고려하면 제네시스가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확장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제네시스와 함께 세계 전기차 판매 200만대, 판매비중 34%를 목표로 두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올해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33만대 판매, 판매 비중 8%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제네시스는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 2025년 전기차만 신차로 출시하고 전기차 생산지의 다변화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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