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점포 100% 전환 시점 내년초로 미뤄질 듯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통합 효과 아직까지는 미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리아세븐이 승자의 저주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세븐일레븐은 연내 미니스톱 간판을 100%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세븐일레븐은 점포 전환 시기를 내년 초로 미루는 모양새다. 사실상 세븐일레븐이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세븐일레븐의 수익성까지 악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당초 목표했던 연내 미니스톱 100% 전환을 사실상 실패했다. 롯데지주는 IR 자료를 통해 올 3분기까지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점포 전환율이 84%에 달했고, 내년 3월까지 통합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4월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인수 금액만 3133억6700만원에 달한다. 미니스톱을 인수할 당시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기존 1만개 초반대에서 1만4000개로 크게 늘었다.

코리아세븐 실적 및 세븐일레븐 점포수 현황. / 자료=롯데지주IR, 표=김은실 디자이너
코리아세븐 실적 및 세븐일레븐 점포수 현황. / 자료=롯데지주IR, 표=김은실 디자이너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 당시 매장수가 늘어나면 물류 효율화를 통해 운송비를 절감하고, 재료 공동구매로 상품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따라서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한 것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했던 목적이 크다. 다만 기대와 달리 세븐일레븐은 올 1분기 기준 점포수가 1만4120개로 줄었다.

현재 미니스톱이 남은 점포수는 300여개다. 세븐일레븐이 남은 미니스톱을 모두 가져가게 될지 미지수다. 여기에 GS25와 CU가 남은 미니스톱 점주들을 상대로 세븐일레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자사 점포로 바꾸는데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수는 매번 변동이 있는 편”이라면서 “미니스톱 점포수 전환율은 지금 시점에서 90%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연말까지 남은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100%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니스톱 브랜드 유지 기간이 내년 3월까지다”면서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00% 전환 시점이 내년 초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출점 제한이 막혀있어서 계약 만료된 점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며 “미니스톱을 인수한지 1년 반정도 지난 시점이라 세븐일레븐도 이른 시간 내 자사로 전환시키기 촉박한 면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세븐일레븐의 수익성이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로 통합(PMI)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올 3분기 누적 매출 4조3308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지만, 2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도 코리아세븐은 49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코리아세븐의 실적 악화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코리아세븐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신용전망 하락은 기업 입장에서 영업에 필요한 비용 조달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는 다시 코리아세븐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세븐일레븐 상품들. / 사진=세븐일레븐
글로벌 세븐일레븐 상품들. /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하고 통합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세븐일레븐 별도로 보면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개선되고 있고 미니스톱과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운영적, 재무적 모두 안정성을 갖추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별도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 4조532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172억원) 대비 줄었지만 매출은 늘어난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수익 악화를 감안하고서라도 미니스톱 통합 이후 갖춰질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니스톱 점포들은 대부분 대형점포에 속하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이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푸드드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푸드드림은 세븐일레븐의 강점인 먹거리를 강조한 플랫폼이다. 일반 점포 대비 규모가 큰 매장에 시식공간을 갖춰 즉석식품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푸드드림은 일매출과 객수가 일반점포 대비 1.5배가량 높은 효율적인 점포로 미니스톱에 적용하기 적합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푸드드림의 경우 차별화 상품이 많아서 운영 효율이 좋기 때문에 미니스톱을 푸드드림으로 전환했을 때 적합할 것으로 본다”면서 “세븐일레븐이 글로벌 브랜드인만큼 세븐일레븐에서만 할 수 있는 글로벌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상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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