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사업 개시 후 한 달 지났지만 아직도 물량난
이날 홈페이지 등록된 재고물량 261대 그쳐···엔카 3만6000여대로 1% 미만
5년·10만㎞·무사고 차량에 현대차 신차 구매 시에만 매각 가능 등 진입 문턱 높아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현대차 인증 중고차 센터. / 사진=현대차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현대차 인증 중고차 센터.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4일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고 오늘로 딱 한 달이 됐다. 당초 업계에선 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입하면서 판도를 바꿀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 점유율 제한 조치와 사업 초기 부족한 물량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현대차 인증 중고차 홈페이지에 올라온 재고를 살펴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아반떼는 27대, 쏘나타 25대, 그랜저 70대, 싼타페 23대, 코나 39대, 투싼 10대, 팰리세이드 58대, 캐스퍼 9대 등 총 261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상품화 과정을 준비하며 판매 예정인 차량은 406대로 집계됐다.

판매량의 경우 공식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고와 판매 예정 차량 차량을 포함해도 보유 물량이 660대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다른 중고차 업계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을 살펴보면 이날 현대차 중고차 매물은 3만5698대로 나타났다. 케이카 직영 중고차도 2454대에 달한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왼쪽)와 엔카닷컴 보유 물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 인증 중고차(왼쪽)와 엔카닷컴 보유 물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까다로운 자체 인증기준을 통과한 차량만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로 선발되며, 현재는 고객에게 인증중고차로 판매하는 수량이 제한적이다”라면서 “현 시점 인증중고차 판매대수는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10월 24일 사업 런칭 이후 안정적인 추세로 매집 및 상품화 수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매집 차량 대수 및 상품화 차종이 늘어나면서 점차 인증중고차 판매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의 경우 초기엔 직원용, 시승차, 업무용 차량 등 연식이 낮고 주행거리가 짧은 최신 차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엔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중고차업계 매물과 가격차이가 좁혀진 상태다.

일부 물량의 경우 오히려 현대차 인증 중고차가 저렴하기도 하다. 현대차 그랜저 IG 가솔린 2.5 2WD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현대차 인증 중고차에선 2755만원에 판매 중인데, 기존 중고차 플랫폼에선 비슷한 연식 차량이 2400만~2700만원대 판매 중이다. 다만 현대차 인증 중고차 물량의 경우 265만원 상당의 추가옵션(프리미엄초이스·현대 스마트센서I·플래티넘)이 포함돼 있어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현대차 물량이 싼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 중고차 거래가 적은 것은 현대차의 까다로운 매입 조건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현재 중고차 매입 시 차량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미만의 무사고 차량만 매입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중고차를 팔 때는 현대차 신차를 구매할 때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른 중고차 플랫폼 대비 현대차 인증 중고차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은 현대차 시장 점유율 제한 때문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존 중소 중고차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제한했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4월까지는 점유율 2.9%, 2025년 4월까지는 점유율 4.1%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무작정 물량을 늘릴 수 없는 현대차 입장에선 조건을 까다롭게 해 거래량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연말까지 연간 5000대를, 내년에는 2만대로 판매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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