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 임인원사 및 조직개편 예정···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인사
검찰 ‘현대차 보은성 투자 의혹’ 등 수사 영향받을 듯···윤리실장 등 교체 가능성도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내주 김영섭 신임 대표의 경영 판단이 담긴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인사에선 구현모 전 KT 대표 등과 궤를 같이한 KT 내 ‘이권 카르텔’ 해체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현대자동차 보은성 투자’ 등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만큼, 김 대표가 해당 혐의에 연루된 임직원을 중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검찰 수사 전 내부 문제제기를 묵살한 윤리경영실 임직원에 대한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르면 오는 24일 임직원들에게 인사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오는 30일경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8월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통신업계에선 김 대표의 경영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김 대표가 KT 내 ‘이권 카르텔’ 해체란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후 이틀 만에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의 핵심 임원들인 박종욱 사장, 강국현 사장, 신현옥 부사장, 김영술 상무 등 4인에 대해 ‘부근무’ 발령을 낸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인사를 제외하고, 여전히 구 전 대표 측근 임원들로 업무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KT 안팎에선 김 대표가 이권 카르텔 해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최근 검찰이 구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사장의 ‘현대차 보은성 투자’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해당 혐의에 연루된 임직원들을 중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용성진)는 지난 17일 KT와 KT클라우드 직원 2명 주거지를 한 차례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20일엔 과거 KT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던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 박성빈씨가 설립한 회사) 관계자 주거지 등 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KT클라우드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의 지분을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이면서 KT에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KT클라우드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인수를 추진할 당시 주요 임원인 윤동식 KT클라우드 대표를 비롯해 옥경화 KT IT전략본부장, 백승윤 KT 전략투자실장, 유용규 KT 엔터프라이즈전략본부장, 윤영균 KT 그룹경영1담당 등 KT클라우드 기타비상무이사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사장과 함께 현대차에서 KT로 넘어온 그룹경영실 등 임원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구 전 대표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 관련 임직원도 이번 인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박종욱 전 사장이 이끌던 경영기획부문의 한 임원은 이미 좌천성 인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전 내부 문제제기를 외면한 KT의 윤리경영실 임원에 대한 인사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윤리경영실은 KT에스테이트의 일감 배분 업무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과거 KT에스테이트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또 KT텔레캅으로 KT그룹의 시설관리(FM) 사업을 넘기기 전 KT에스테이트에서 체결한 FM 업무 계약서 등 관련 자료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 피의자인 신현옥 부사장에 대한 조사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과 보여주기식’ 감사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윤리경영실장과 법무실장이 나가고 외부에서 온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 영업 담당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LG유플러스에 이동통신가입자 순위가 역전된 상황이 반영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현장 영업 임원뿐만 아니라 스텝 부서 임원들의 책임이 크단 지적이 나오는 만큼, 커스터머부문 조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가 LG유플러스에 이동통신가입자 순위에서 역전당한 것이 사실 가벼운 일이 아닌데, KT 영업 임원들 사이에선 ‘별거 아니다’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어 당황스러웠다. 위기의식이 없는 것 아니겠냐”며 “현장도 현장인데, 스텝 조직은 구현모 전 대표 측근 여부를 떠나서 업무 역량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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