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주주 “대표이사 개인 사안”···사업전망 긍정, 주가 상승
일각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에 악영향 미칠 수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SW) 전문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전격적인 사법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기업가치에 끼친 타격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그간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시하던 가운데 잇따른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 점이나 향후 사법부 판단에 따라 기업 이미지의 손상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관측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전날 검찰로부터 주거지 압수수색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KT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받은 ‘보은성’ 투자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KT클라우드가 지난해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기업 스파크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고, 현대오토에버가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인 스파크는 현재 모든 수익을 현대오토에버로부터 창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현대차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친형인 구준모씨의 기업 에어플러그를 인수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KT클라우드가 웃돈을 얹어 스파크를 인수한 것으로 의심한다.

현대오토에버의 주가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오토에버의 최근 주가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법 리스크에도 주가 상승세

CEO의 사법 리스크로 어수선하지만 현대오토에버 주가는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전날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이날 현대오토에버 종가는 16만4300원으로, 전날 종가(16만3600원)보다 700원(4bp) 올랐다. 이날 장중 주가는 17만28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달 말 12만9400원 저점을 찍었다가 반등하는 추세다.

현대오토에버 기업가치가 CEO의 사법 리스크에도 오히려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서정식 대표이사 입지 ▲현대차·기아 성장세 ▲자율주행 테마주 분류 등이 꼽힌다.

우선 이번 양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서 대표이사가 외부 영입 인사로서 현대오토에버에 창업주, 오너(owner)와 같은 상징적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 대표이사는 지난 2014년 KT DS에 합병된 KT클라우드웨어의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후 2015년 대림코퍼레이션, 2018년 현대차를 거쳐 2021년 통합 현대오토에버(현재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이사에 선임됐다. 현대오토에버는 앞서 2021년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토에버(기존)가 통합돼 출범한 기업이다.

서 대표이사는 같은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서 입지를 조기 구축하고 그룹 내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해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로 낙점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설립 과정이나 서 대표이사 이력을 미뤄볼 때 정통성이 읽히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개인 주주들 사이에서도 “서정식 대표이사가 누구냐”는 농 섞인 반응이 나오는 등 서 대표이사의 기업 영향력이 저평가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 기아에 공급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서비스 화면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 기아에 공급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서비스 화면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현대오토에버

◇현대차·기아가 주요 고객···“실적전망 우려 없어”

주요 고객인 현대차, 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활발히 거래하고 있어 실적 전망이 양호한 점도 현대오토에버의 CEO 리스크를 압도하는 호재로 분석된다. 최근 그룹 계열사들은 경영 관련 시스템을 신규 도입하거나 신차 상품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 분기 현대차는 슈퍼컴퓨터 등 연구소 장비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첨단주행보조사양(ADAS), 인증중고차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급받았다. 현대모비스(서비스부품 차세대 시스템), 현대케피코(차세대 ERP 시스템) 등 계열사들도 현대오토에버와 거래했다.

이 가운데 현대오토에버는 현재 대부분 매출을 현대차그룹 계열사 거래를 통해 창출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지난 1~3분기 기록한 매출액 2조1656억원 중 90.1%인 1조9515억원이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계열사들이 현대오토에버의 최신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영업실적도 꾸준히 개선될 전망이다. 이를 서 대표이사의 개인 성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사법 리스크가 현대오토에버의 호실적 전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스타성 있고 대중에 잘 알려진 CEO가 구설에 오르면 내부 구성원들이 동요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대오토에버 사내에서는 이번 사법 리스크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대오토에버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브랜드 모빌진을 소개하는 이미지. / 사진=HMG저널 캡처
현대오토에버 차량용 소프트웨어 브랜드인 모빌진의 소개 이미지. / 사진=HMG저널 캡처

◇테슬라 자율주행 긍정 전망에 현대오토에버 주가 ‘쑥’

이밖에 현대오토에버가 신성장 분야인 자율주행의 ‘테마주’로서 각광받는 점도 이번 위협요인을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가졌고 주가도 상승 중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현대차·기아 신차에 도입할 자율주행 레벨3 기술에 관한 최신 소식이 공개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9월 12일에는 모건스탠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관장할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성능을 분석하며 기업 성장을 전망한 후,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한 때 올해 고점인 26만3000원에 도달하기도 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의 차량용 미들웨어 플랫폼인 모빌진은 차내 수많은 제어장치들을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라며 “완성차의 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갈수록 모빌진 매출액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왼쪽 세번째)가 지난 2월 15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열린 CEO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왼쪽 세번째)가 지난 2월 15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열린 CEO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 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6월엔 협력사 ‘갑질’로 과징금 부과···“중장기 기업가치 우려”

다만 현대오토에버를 둘러싼 경영 관련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고 있는 점에 대한 외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번 의혹에 앞서, 하청업체에 기술자료 공개를 강요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6월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서 대표 취임 전인 2018년 1월 발생했다. 다만 이번에 불거진 의혹으로 인해 현대오토에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ESG기준원(KCGS)은 올해 현대오토에버에 ESG 지수로 종합 ‘A’를 부여한 반면 지배구조 측면에 가장 낮은 ‘B+’를 매겼다. 현대오토에버가 경영 관련 부정적 이슈를 양산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외부 우려도 나왔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검찰의 서정식 대표이사 주거지 압수수색 이후 현대오토에버 주식이 개장 첫 시간에 2%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며 “이 같은 CEO 리스크는 경영 안정성 저하, 사업추진 차질,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서정식 대표이사 의혹에 관해)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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