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D-3···대가검증협의체 가동한다더니 ‘함흥차사’
거듭된 블랙아웃 연기 ‘권고’에 중재 의지 부족 지적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갈등이 방송 송출 중단으로 이어질 위기로 이어졌다.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갈등이 방송 송출 중단으로 이어질 위기로 이어졌다. / 그래픽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유료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와 홈쇼핑사업자 현대홈쇼핑이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갈등 속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대로 된 중재를 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당초 예고한 ‘대가검증협의체’는 아직 가동조차 못했다. 블랙아웃 위기는 또 다시 시기만 한차례 연기하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통신 및 방송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이 예고한 KT스카이라이프의 송출 중단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양사는 여전히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지난 3월부터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현대홈쇼핑이 악화한 수익 탓에 송출 수수료가 부담된다며 감액과 동시에 채널 순번을 후순위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KT스카이라이프는 이미 채널들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변경은 불가능하며, 현대홈쇼핑에서 요구하는 금액은 부적절하단 입장을 밝혔다.

양사가 갈등을 겪는 가운데, 김정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 국장 주재로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와 양춘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가 지난달 18일 만나 송출 중단을 오는 20일로 한 차례 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수수료 협상을 위한 ‘대가검증협의체’를 가동해 사업자들이 성실협의 원칙, 불리한 송출대가 강요 금지 등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와 대가산정 협상 요소 값이 적정한지를 검증할 예정이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협의체 개시 공문을 사업자에 발송했다.

그러나 송출 중단이 3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도 협의체는 가동조차 못했다. 이를 두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 간 갈등을 중재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체 구성없이 또다시 현대홈쇼핑에 블랙아웃 연기를 권고하는 것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에 의지가 없다면 방송통신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로 공을 넘겨야 한단 시각도 있다.

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과기정통부 입장에서 협의체를 운영하려면 위원들에게 제공할 ‘거마비’가 필요하지 않냐. 과기정통부는 해당 예산을 안 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즉 행정행위를 하기 싫은 것”이라며 "현재 협의체를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밝힌 게 없다. 협의체 회의도 진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양사는 실무진 협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대홈쇼핑이 대표이사를 교체함에 따라 예상됐던 ‘극적 타결’과도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일 한광영 영업본부장(전무)을 현대홈쇼핑 대표로 승진시켰다. 그간 수수료 협상을 전담해왔던 임대규 현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의 블랙아웃 권고에도 오는 20일 블랙아웃이 현실화하면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현대홈쇼핑에 입점한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방통위 차원의 사실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협의체 운영 기한은 개시공문을 발송한 지난달부터 60일(최대 30일 추가)이며, 협의체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단 입장이다. 또 개시 공문을 통해 현대홈쇼핑에 블랙아웃 금지를 권고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체 운영 사항 등은 밝히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협의체는 가동 중이고 위원들도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협의체 개시 공문은 진작에 보냈고, 운영 기간은 운영 개시부터 60일 플러스 30일이다. 또 공문을 보낼 때 협의체 운영 기간엔 송출 중단을 하지 말아달라고 권고했다”고 했다.

이어 “권고는 어떤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단 협의체 운영 실효성을 기하기 위해 권고를 한 것이다. 법적 근거가 있다거나 규제사항이 아니다. (블랙아웃 시점을) 거듭 연기하는 건은 현대홈쇼핑에서 고민할 사항”이라며 “양사 요구 수수료 변동과 관련해선 워낙 다양한 안이 제시되다 보니까 금액 변동 여부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펼쳐진 안 중에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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