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AR용 패널 최종 목표 마이크로 LED”
중국업체 JBD, 삼성D·LGD 대비 기술력 우위 선점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14일 열린 '2023년 하반기 유비리서치 애널리스트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14일 열린 '2023년 하반기 유비리서치 애널리스트 세미나'에서 디스플레이 산업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증강현실(AR) 시장에서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를 주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평가가 나왔다. 이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업체는 중국 제이드버드디스플레이(JBD)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유비리서치 애널리스트 세미나’에서 마이크로 LED는 중국 (JBD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JBD는 2015년에 설립돼 초소형 마이크로 LED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 지난 2021년 삼성벤처투자가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많은 업체가 AR쪽에 붙어 광학계(물체의 광학적 형상을 만드는 장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다양한 모델들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가 강하다 보니까 마이크로 LED만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마이크로 LED가 된다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마이크로 LED가 필요한 곳도, 필요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LCD는 선명도 문제·마이크로LED는 비싸서 한계”

마이크로 LED는 전류에 매우 민감한 특성 때문에 수율 확보가 어렵단 지적이다. 0.3인치 크기에서 FHD(1920×1080) 화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마이크로 LED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지금은 10인치 크기의 웨이퍼에서도 균일성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AR 기기용 패널로 액정디스플레이(LCD)는 제한된 명암비로 외부 밝기에 따라 색상과 선명도에 한계가 있으며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아직 외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최종 목표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쉬운 목표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실 AR 기기를 만들 때 마이크로 LED는 최악의 패널로 꼽을 수 있다. 물론 공정이 좋아지면 괜찮겠지만 지금 매우 비싸기 때문”이라며, “1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로 가면 (크기가 줄면서) 비용이 줄겠지만, 반대로 작아질수록 실제 적용했을 때 불량이 생길 확률이 크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단가보다도 돈을 더 먹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AR 기기용 디스플레이에서는 마이크로 OLED가 5년간 누적 모델 수 기준 49개로 56%에 달한다. LCoS(실리콘 위의 LCD)가 21%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마이크로 LED는 5%에 불과하다.

◇ 삼성D·LGD, 마이크로LED 차세대 핵심 패널로 육성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AR 기기의 차세대 핵심 패널로 마이크로 LED를 지목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소밀도 5000PPI(인치 당 픽셀) 이상에서 화소간격은 5마이크로미터 이하, 적녹청 서브픽셀 3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패널 구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 또한 올 6월 대만 울트라디스플레이로부터 마이크로LED 관련 미국 특허 14건을 확보해 총 대만과 중국에 출원된 특허권만 38건에 달한다.

이 대표는 “지금은 AR 기기에서 마이크로 OLED를 많이 쓰지만, 기존 광학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이쪽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로 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AR이 광학계로 웨이브가이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게 100만nits(니트)의 밝기를 쓰게 되는데 현재 기술로 빛 손실이 99만니트에 달한다. 1만니트밖에 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혼합현실(MR)·AR 등 헤드셋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광학적 투과(Optical see through, OST) 방식과 ‘비디오 투과(Video see through, VST)’ 방식으로 나뉜다. 이중 현실 공간을 직접 보고 가상공간을 겹쳐서 보는 AR은 OST 방식으로 구현된다. 패널에 부착된 반투과성 광학 합성기를 통해 보는 방식이다. 반면, 카메라를 통해 가상현실(VR)과 AR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VST 방식은 MR로 정의하고 있다.

OST 방식으로 AR 기기를 만들 때는 주로 웨이브가이드(waveguide, 도파관)라는 전자파가 잘 전달되도록 설계한 무선주파수(RF) 부품이 광학계로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 공정 기술로는 빛 손실이 커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밝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MR 기기의 시장 규모는 아직 AR 대비 작지만 양사의 신제품 출시 이후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MR쪽은 애플이 들어온 이후 시장이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MR 기기를 출시하려다 현재 애플이 나오고 연기한 상황”이라며, “애플 제품을 기준으로 삼성전자도 모든 부분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어서 내년에 나오는 모델들은 조금 더 가벼운 제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