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사용료 증가→지주사 실적 상승→최대주주 배당금↑
HD현대, 상표권 수익 5배 늘어나···경영승계 위한 자금마련 방안 시각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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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지주사의 상표권 수익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의혹의 ‘단골손님’이다. 해당 수익이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며, 매년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주사의 수익은 크게 계열사 지분확보에 따른 배당 수익과 상표권 등으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사용료를 내서 지주사 매출이 늘어나면 지주사 배당금도 많아진다.

총수 일가는 지주사의 ‘최대주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계열사가 지출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늘어나면 총수 일가가 얻는 이득도 커지는 셈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지주사 중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는 기업집단은 SK와 LG, GS, HD현대, CJ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는 곳은 LG다. LG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20여년간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왔다.

㈜LG(지주사)가 지난해 전자와 화학, 생활건강 등으로부터 받은 ‘2023년 브랜드 사용료’는 3655억원이다. 전년(3408억원) 대비 7.2% 늘어난 수치다. ㈜LG는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를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에 0.2%를 곱해서 산출한다.

SK는 지난해 2830억원을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받았다. 전년 대비 27.2% 늘었다. SK도 LG와 비슷한 산출 방식을 활용한다. 같은 기간 GS는 1163억원을 수취했다. GS 역시 LG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2005년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후 꾸준히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료의 증가로 지주사 수익이 늘어나면 소액주주 등이 받는 배당금도 많아진다”며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매출에 기반한 사용료를 산출해 지주사에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D현대는 지난해 9월 신규 로고와 HD 상표를 출원하면서 브랜드 사용료가 지주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당초 기존 로고는 6개 계열사가 권리를 나눠 갖고 있었는데, 지주사 전환 과정과 상표 출원 등의 과정을 거치며 HD현대가 홀로 소유하는 체제가 됐다.

계열사 6곳이 상표권을 공동 소유한 시기에 HD현대의 상표권 수익은 1년에 50억~6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HD현대오일뱅크 등으로부터 254억원을 받는다. 이는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한 계열사 중 거래금액이 50억원이 넘는 곳들만 합산한 것이어서, 총 금액은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가 SK·LG 등처럼 지주사가 상표권 사용료 수취 규모를 늘린 것을 두고 정기선 HD현대 사장을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26.6%)이다. 정기선 사장은 2대 주주로 5.2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향후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정 사장이 상속이나 증여받게 된다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집단처럼 상표권 사용료를 늘려 배당금을 더 많이 받아 이를 상속·증여세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D현대는 “과거의 기업 로고는 범현대가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 HD현대만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새 CI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주사가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로 간주된다. 일각에선 이 법안을 일부 개정해 계열사의 사용료 산정 기준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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