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 탓에 지연···5대 은행, 신디케이트론 검토
방산업계, 근본 수은법 개정 요구···자본금 최대 35조 상향안 연내 통과 미지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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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폴란드와의 추가 방위산업 수출 협상이 금융지원 제도에 발목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5대 시중 은행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던 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이 조만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방산업계는 향후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임시방편’인 시중 은행의 금융지원 외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인 수출입은행(수은)의 자기자본 한도를 늘리는 법 개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방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5대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폴란드에 자금을 대출한다는 내용이 담길 투자의향서(LOI) 체결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국방부 실장급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수출 일부 물량의 우선 계약에 필요한 자금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각 금융기관이 동일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대출해 주는 ‘신디케이트론’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됐다고 알려졌다. 

폴란드는 지난해 8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전투기 FA-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을 수입하는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1차 수출 물량은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등으로 총 17조원 규모다. K2전차 800여대, K9자주포 430여문은 2차 계약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차 계약 이행은 수은의 금융지원 한도에 막혀 미뤄지고 있다. 통상 방산 수출은 규모가 크다 보니 수출국에서 수입국에 금융지원을 해준다. 현행 수은법 시행령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2차 무기 수출 계약금 30조원 가운데 80% 수준인 24조원의 정책금융을 요청하고 있지만, 수은 지원 가능 금액은 1조3600억원으로 제한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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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중은행에 손을 내밀면서 방산업계는 2차 계약 이행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중은행의 높은 금리를 폴란드 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책은행인 수은은 1차 계약 때도 폴란드에 낮은 금리로 수출금융을 지원해왔다. 시중 은행은 구조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요구하는 금리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대주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수수료 하향 등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은 금리의 시중 은행 대출이 이뤄진다면 국내 방산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독일 등 방산 선도국가들은 무기를 수출할 때 낮은 금리의 금융지원이 따라붙는다”면서 “한국은 방산수출 후발주자인 만큼 이들보다 더 좋은 조건의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수은의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수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수은의 금융지원 여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산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은의 정책금융 여력을 나타내는 자본금 소진율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50% 선에 머물렀던 자본금 소진율은 올해 98.5%까지 치솟았다. 자본금 한도는 2014년 8조원에서 15조원까지 확대됐지만 이후 10여년간 제자리에 머물면서 수은의 지원 여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지원 확대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에서도 수은법 개정에 나섰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35조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에는 여야가 한뜻이지만 상임위 소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계류 중이어서 연내 통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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