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유럽 운수권 확보 총력···장거리 기재 확대 계획
에어프레미아, 미주·유럽 노선 및 화물 사업 인수도 검토···운항 노하우 갖춰
에어부산, 김해 공항 및 가덕신공항 건설에 부산 거점 항공사 존속 목소리 커
이스타항공, LCC 3사 통합에 따른 운수권 및 슬롯 배분 기회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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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질 경우 유럽·미주 등 핵심 지역 운수권 및 슬롯(공항 사용 권리)이 이전될 수 있는데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 통합 LCC 등 굵직한 사안들이 엮여 있어 업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항공업계가 어느 때보다 혼란한 시기에 LCC 각 사들은 기회를 노려 판도를 뒤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시정조치안을 확정한 후 EU에 제출하려 했으나,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을 두고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의견이 엇갈려 제출 시기가 지연됐다.

이후 지난 2일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화물 사업 매각 안건을 가결하면서 곧바로 대한항공은 EU 측에 시정조치안을 냈다.

시정 조치안에는 화물 사업 매각 방안과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독점 우려 4개 노선에 대한 국내 타 항공사 진입 지원 계획도 담겼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에어프레미아는 미주·화물 관심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유럽과 미주 노선을 이전받을 항공사로 꼽혀왔다.

유럽과 미주 노선의 경우 국적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합병이 거론될 초기부터 해당 노선에 대한 LCC 관심이 뜨거웠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슬롯 관련해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미주 5곳과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등 유럽 6곳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운수권은 EU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을 타 항공사가 원할 경우 이전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현재 유럽 여객 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지난해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을 도입하며 유럽 노선 운항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A330-300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엔 2대를 추가 도입하고 오는 2027년엔 A330-300을 포함한 장거리 기재를 2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A330-300의 경우 항속거리가 1만㎞를 넘어 호주 시드니, 동유럽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앞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도 A330-300 도입 행사에서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노선은 양사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더라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이다”며 “향후 서유럽이나 미국 서부 해안까지 가기 위해 더 멀리 갈 수 있는 기재 도입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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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레미아는 미주·유럽 여객 노선과 함께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는 사업 초기부터 미국 LA를 중심으로 미주 노선을 대형 항공사(FSC)대비 저렴하게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LA에 이어 미국 LA, 유럽 프랑크푸르트도 취항하고 있으며 추후에도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기엔 LCC의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으나, LA 취항 후 1년 간 519회를 운항해 13만7505명이 탑승했고, 평균 탑승률은 85.7%를 기록하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한국출발 왕복 고객은 53.5%이며, LA 출발 왕복 탑승객은 46.5%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수요가 높은편으로 나타났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현지 항공사들과 양자 제휴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와 유럽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에어프레미아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에어프레미아는 2만1653톤 화물을 수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하물과 우편물을 제외한 순화물량은 총 1만3588톤을 기록했다. 특히 순화물 수송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올해 1월 순화물은 929톤을 수송했으나, 9월에는 1806톤을 수송하며 2배 가까운 성장을 나타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021년 싱가포르, 호찌민, 방콕, 키르키즈스탄 노선 화물전용 부정기편을 시작으로 국제선 화물 운송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항공화물서비스 업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항공화물시스템인 ‘아이카고(i-Cargo)’를 도입해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화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에어프레미아의 화물사업 매출은 미주노선 50%, 유럽노선 30%로 장거리 노선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동남아와 동북아 등에서 20% 매출을 올렸다.

다만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가로 5000억~7000억원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에어프레미아 입장에선 수천억원 상당의 실탄 확보가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힌다.

◇ 에어부산 분리 매각 목소리 커져···이스타항공 틈새시장 공략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 화물 매각이 진행되면서 분리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부산시민단체는 기자 회견을 열고 “국토부와 산업은행은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보장하라”며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힘을 모아 에어부산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와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초기부터 거론됐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계열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합쳐지게 되는데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에어부산 항공기 / 사진=에어부산
 / 사진=에어부산

두 주장의 결은 다르지만, 핵심은 부산 거점 항공사 존속이다. 김해공항의 경우 인천, 김포, 제주에 이어 국내 4위 공항인데다, 가덕신공항도 추진 중인 만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공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에어부산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기간 동안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제외되자 합병 이후에도 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해 분리 매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가 지분 41.9%를 보유하고 있지만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 기업이 16%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어, 부산 기업들이 에어부산을 인수하자는 것이 골자다.

에어부산은 현재 항공기 21대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도 20%에 달하는 LCC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자생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사진=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은 양사 합병으로 인해 어지러운 시기에 틈새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 통합에 따른 중복 노선이 정리될 경우 해당 운수권 및 슬롯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올해 초 재운항 돌입 당시 경쟁 LCC들이 국제선에 집중하는 틈을 노려 국내선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면서 이륙에 성공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선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올해 2분기에 국내선 중심으로 운항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면서 이득을 봤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초 계획대로 현재 10대 항공기를 보유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항공기를 20대로 확대하면서 일본, 동남아, 중국 위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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