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아이스크림 흑자 일군 박창훈 대표 퇴임
상표권 논란 사임설···빙그레 “총수 일가와 무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상표권 논란이 일었던 해태아이스크림 대표가 교체됐다. 박창훈 대표는 만년 적자였던 해태아이스크림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퇴임했다. 박 대표의 퇴임 사유로는 문책성 인사가 거론된다. 해태아이스크림 새 대표는 김정태 경영기획본부장이 맡게 됐다. 해태아이스크림을 품고 빙과시장 1위를 확보한 빙그레의 차기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 개선을 이끈 박창훈 대표가 지난달 20일 퇴임했다. 박 대표는 만년 적자였던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 개선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수익성 측면에서 박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됐던 터라 업계에서는 사임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빙과시장은 지난 2020년 빙그레가 해태제과로부터 해태아이스크림 부문을 인수하면서 롯데웰푸드와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다. 현재 빙과시장은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본격 인수하며 40.7%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점유율은 29.6%로 빙그레에 이은 2위에 머물러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및 제때 매출, 내부거래 매출. / 자료=해태아이스크림, 표=김은실 디자이너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및 제때 매출, 내부거래 매출. / 자료=해태아이스크림, 표=김은실 디자이너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 종속기업으로 속한 2020년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1년 만에 해태아이스크림은 적자로 돌아섰고, 다시 지난해 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도 해태아이스크림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7% 늘어난 42억원으로 집계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대표 퇴임 이유에 대해 “총수 일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을 당시 수익 개선에 집중해왔다”면서 “지금은 어느정도 실현된 상태고 해태는 아이스크림만 하고 있는데 현재 비수기다보니 내부적으로 성수기를 앞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사임이 상표권 문제와 함께 문책성 인사일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앞서 해태아이스크림은 최근 시밤바와 스타빙스 상표를 출원해 논란된 바 있다. 시밤바는 욕설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스타빙스는 스타벅스가 연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뭇매를 맞았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밤바의 경우 제품명 사용에 적절하지 않다는 권고 의사를 내기도 했다.

해태아이스크림 신임 대표는 김 본부장이 맡게 됐다. 김 본부장은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등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한 경영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회계 분야에도 능통해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에서도 관련 업무를 함께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태아이스크림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차남이 전무로 자리할 만큼, 빙그레 오너 2세들의 경영 승계와 관련이 깊다. 김 회장의 차남은 올해 1월 해태아이스크림 전무 직급으로 입사했다. 김 전무는 경영기획과 생산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은 빙그레 본부장으로 7여년간 재직하며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김 전무는 올 초 해태아이스크림 임원급으로 입사해 빙그레의 후계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빙그레 최대주주는 김호연 회장(36.75%)이다. 다만 오너 2세인 김 본부장과 김 전무, 김 회장의 장녀인 김정화씨는 빙그레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제때의 최대주주(33%)라는 점에서, 제때를 활용해 경영권 승계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빙그레 경영권 승계 핵심은 물류업체 제때다. 제때는 빙그레에서 분사한 물류업체로, 빙그레와 물류대행 거래를 이어오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태아이스크림 물류까지 맡고 있다. 아울러 빙그레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라는 점에서, 제때가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때는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워 빙그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때는 2019년부터 2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내부거래액은 점차 늘어 지난해 922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도 제때는 해태아이스크림의 효과를 봤다.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액 1조2677억원, 영업이익 3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해 제때는 매출 2847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거뒀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제때의 기업공개(IPO)로 승계자금을 마련해 빙그레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빙그레 관계자는 “오너2세 경영, 제때 IPO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