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첫 공판기일···공소사실 불특정 주장하며 공소사실 인부 미뤄
‘이직 목적’ 삼성전자 보유 국가핵심기술을 사내망에서 개인 메일로 전송한 혐의

삼성전자 12나노급 D램. /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 12나노급 D램. /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직을 목적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불특정을 주장하며 공소사실 인부(인정 또는 부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대한 검찰의 반박 의견을 제출받은 뒤 구체적인 절차 진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영업비밀국외누설등, 업무상배임 등 3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3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회사 QA(품질보증)팀 사무실에서 자신의 삼성전자 사내 이메일 등 시스템에 저장돼 있던 국가핵심기술(D램에 해당되는 적층조립 기술 및 검사기술)에 해당하는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해 유출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6월22일까지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 자료 총 13건을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유출(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업무상배임)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일시, 장소에서 영업비밀 총 120건을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유출(영업비밀국외누설등, 업무상배임)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본인과 가족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이민비자가 발급되자 미국 내 영주 거주할 목적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애플과 구글, 테슬라 등에 지원하고 면접도 봤다고 부연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특정되지 않아 의견진술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에게 비밀유지의무가 있는지, 이 사건 자료가 국가핵심자료에 해당하는지, 피고인이 이 사건 자료 중에 국가핵심자료가 포함됐다고 인지했는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지 등이다”면서 “공소장에는 유출된 자료의 이름과 내용만 기재돼 있을뿐, 자료 중 어느 부분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또는 자료 전체가 국가핵심기술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해당 자료를 열람조차 못 하고 있다”라며 “검찰이 이 부분을 특정해준다면 열람 후 공소사실 인정 여부 의견을 내겠다”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면 자료를 전체적으로 국가핵심기술 경우가 많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특정돼 있다”면서 “공소사실과 관련된 자료들은 국가핵심기술로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총 12개의 국가핵심기술 분야를 밝히고 있다. 이 중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은 11개이며, 이 사건 ‘D램에 해당되는 적층조립기술 및 검사기술’ 역시 포함된다.

재판부는 “다른 사건을 보더라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경우 공소사실 열람등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제한적으로 인카메라 방식을 도입하기도 한다”라며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 불특정을 주장하는 만큼 검찰에서 명확한 의견을 밝혀달라”라고 정리했다.

변호인은 A씨가 국가핵심기술의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인지 확실하지 않고, 피고인이 근무한 해외와 국내의 국가핵심기술 보호조치 방법이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A씨가 국가핵심기술 보호조치에 대한 통지나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범죄사실이 삼성전자 내부 감사 과정에서 확인돼 검찰에 제보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유출된 자료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고, 이후에 A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교육을 충분히 받았고, 수사과정에서의 참여권 또한 충분히 보장됐다”며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변호인이 재판부를 호도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 “검찰이 피고인의 주장을 검토해서 세밀한 의견을 밝혀준다면 쟁점을 명확히 해 재판 절차 진행에 참고하겠다”라고 말했다.

A씨의 두 번째 공판기일은 12월1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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