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독점 공급권 보증·담보로 지배구조 정점 ‘금호고속’ 자금 조달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및 부당지원행위 위반 인정
총수 ‘대표권 남용’ 있더라도 지원주체 공정거래법 따라 제재 가능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기내식 사업을 담보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회사를 부당지원 한 아시아나항공에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처분은 적법했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기업집단 내부의 직접적인 내부거래가 아닌 제3자를 매개로 우회적으로 이뤄진 부당 내부거래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그룹 총수의 배임적 행위가 있더라도 지원주체를 공정거래법상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18일 아시아나항공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며 회사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매개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금호고속’이 스위스 게이트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과징금 81억4700백만 원을 부과했다.

30년의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매개로, 금호고속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0%금리, 만기 최장 20년)으로 160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게이트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를 섰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과였다.

지원객체인 금호고속은 2009년 경영에서 물러났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5년 경영권을 회복한 뒤 그룹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며 설립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행위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및 부당지원행위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지난 2020년 12월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지난 5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공급계약이 없었다면 게이트그룹이 금호고속의 BW를 인수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및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법 위반 당시 박 전 회장의 대표권 남용행위 등에 의해 이뤄진 기내식 공급계약은 사법상 무효이므로 공정위 처분 사유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행위가 사법상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법상 의무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부당한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이익제공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봤다. 사법상 무효에 해당해 지원주체를 제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총수일가의 배임적 사익편취행위에 대해 지원주체를 공정거래법상 제재할 수 없게 돼 기존의 제재와 판결례와도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서울고법 판결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기업집단 내부의 직접적인 내부거래가 아닌 제3자를 매개로 우회적으로 이루어진 부당 내부거래도 위법하고, 문제된 거래 자체의 사법상 효력 여부를 떠나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제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삼구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3300억원 횡령,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및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관련 배임, 계열사부당지원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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