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새 인물···조태현 전 생보재단 이사 임명
태광, ESG '드라이브'···공익재단 경력 고려한듯
격변하는 보험업계···보험전문가 필요성도 포인트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 서울 광화문 본사 전경 / 사진=흥국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태광그룹이 그룹 계열사 협의체인 경영협의회의 전략실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 모기업인 태광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경영협의회 전략실장도 ESG와 관련된 경력이 있는 인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최근 회계기준 변경으로 보험업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보험전문성도 갖춘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경영협의회 전략실장에 조태현 전 생명보험재단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전임자인 김승진 실장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실장은 외부 출신으로 보험 전문가다. 삼성생명 공채로 입사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거쳐 전략지원팀장, 기획팀장, AFC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로 임명됐다. 이 재단은 지난 2007년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19개 생명보험회사의 공동 협약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이번 인사는 흥국생명에서 단행했지만 사실상 그룹 차원의 결정이다. 경영협의회는 태광그룹의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태광산업, 흥국생명·화재 등 계열사 대표들이 매달 모여 주요 경영사안을 논의한다. 경영협의회 전략실장은 공식적으론 흥국생명 임원으로 등록되지만 주로 그룹 차원의 일을 담당한다. 

태광그룹은 조 실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담당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선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는 동시에 대관 업무도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실장도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20년 흥국생명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미래경영협의회 실장을 맡은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도 2년간 유사한 업무를 맡았다.   

특히 조 실장은 그룹 ESG 전략을 세우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흥국생명이 속한 태광그룹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6일 ESG 중심 경영체계 구축을 위해 '미래위원회'를 출범했다. 미래위원회는 그룹 차원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비전 및 사업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계열사 대표 협의체인 경영협의회 부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태광산업, 흥국생명·화재 대표가 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경영협의회 전략실장도 미래위원회에서 역할을 맡는다. 조 실장의 공익재단 경력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임자인 김 전 실장은 ESG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력의 인물이었다. 김 전 실장은 현대자동차 부사장 출신이다. 현대차 임원으로 재직하며 경영전략 및 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일각에선 태광그룹의 전략 수립 및 대관 업무가 예상보다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단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이 지난 2021년 법정 공방 끝에 출소한 이후 단행된 그룹 인사의 연장선에서 임명됐다. 태광그룹은 작년 초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를 임명하는 등 대대적으로 계열사 임원 교체를 단행했다. 이후 경영협의회를 마련하고 그해 8월에 외부 출신인 김 실장을 임명한 것이다. 공을 들여 외부 인물을 영입했지만 1년 만에 교체를 한 것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조 실장이 보험 전문가인 점도 이번 인사의 중요 포인트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험업계는 최근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생명보험업계는 새 제도로 인해 실적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인구·가족구조의 변동으로 생보사의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 시장이 쪼르라든 점도 문제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새 제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흥국화재도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러한 격변의 상황을 고려해 조 실장을 임명한 것이란 관측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조 실장의 공익재단 경력이 태광그룹이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ESG 경력에 도움은 될 것”이라며 “하지만 해당 경력이 이번 인사에서 고려됐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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