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달말까지 EU에 시정조치안 확정해 제출
독점 우려 되는 여객·화물 노선 양보···조원태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 성사”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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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윤곽이 이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합병은 지난 2020년 11월 공식화한 후 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주요 경쟁당국 심사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일부 운수권·슬롯을 양보하더라도 합병을 성사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말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8월 3일까지 양 사의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대한항공 시정조치안 등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중간 심사보고서를 통해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4개 노선에서 여객·화물 노선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경쟁당국과 현재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라면서 “다만 현재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당국 지침상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시정조치안에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화물 사업을 매각하고, 독점이 우려되는 여객 노선 및 슬롯을 타 항공사에 이전하는 방안이 담겨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선 통 큰 양보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화물 사업 매각 및 노선·슬롯 양도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마치고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양사 합병에 100% 올인하고 있다. 합병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며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시정조치안을 수정하고 있는 만큼 EU가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EU는 기업결합심사에 대해선 엄격한 곳이지만, 이미 합병을 한 사례도 여럿 있다.

앞서 지난 2004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항공사 KLM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으며, 지난 2014년에도 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와 아랍에미리트 항공사 에티하드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 EU 승인해도 미국 남아

EU가 합병을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해 수많은 항공사들이 운항 중이라 독점 우려가 크지 않아 승인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미국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사실상 독점하는 형태이며,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특히 뉴욕,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은 독점 우려 노선으로 손꼽힌 바 있다.

EU 요구대로 여객 및 화물 사업을 타 항공사에 양보할 경우 미국도 같은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합병을 승인한 영국의 경우 양 사가 보유 중인 히스로공항 17개 슬롯 중 7개 슬롯을 반납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반납한 슬롯은 영국 버진애틀랜틱으로 넘어갔다. 또한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이 창립멤버로 있는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중국도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 칭다오, 창사 등 9개 노선 반납을 요구하며 양사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다만 미국 노선의 경우 최근 에어프레미아가 LA와 뉴욕 노선에 취항하며 양사 점유율이 줄어든 만큼 예전보단 경쟁 제한성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양사 합병 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내 LCC들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양사 합병이 지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의 경우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해 오랜 기간 정체기를 겪고 있다. 또한 운수권 배분 시에도 독점 우려 문제 등으로 제외되면서 타 항공사에 밀리게 됐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운수권 및 슬롯 배분을 기회로 보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도 합병 향방에 따라 추후 사업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LCC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길어지면서 LCC들이 여러 가능성을 두고 상황을 살피느라 제대로 된 사업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며 “합병이 되든 안 되든 결과가 빨리 나와야 LCC들도 그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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