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수 전 대표, 더블유사이언스 설립 이어 지엘팜텍 인수···시너지 효과 기대
권세창 전 대표, 차바이오그룹 R&D 부회장 선임···‘랩스커버리’ 개발 핵심 역할
조성룡 전 상무, 아진약품 창업···종병 대상 비뇨의학과 제품 공동영업, 유한양행 등 고객 확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우종수, 권세창 전 대표 등 한미약품 출신 경영진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한미약품 노하우를 업계에 전달하며 제2의 삶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하게 임원 교체를 단행해 왔다. 공시에 따르면 한미약품 임원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47명에서 올 상반기 말 38명으로 1년 새 9명 감소했으며 17명이 한미를 떠났다. 대표이사 이상만 해도 이관순 부회장과 권세창 사장, 우종수 사장이 퇴사했다. 이에 최근 제약업계는 활동을 계속하는 한미약품 출신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사례로는 우종수, 권세창 전 대표와 조성룡 전 상무 등이 꼽힌다.  

국내 최고 의약품 제제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우종수 전 한미약품 대표는 올해 ‘더블유사이언스’를 설립했다. 더블유사이언스 기반은 약물전달시스템이다. 우 대표는 최근 ‘지엘팜텍’ 인수에도 나섰다. 주식양수도계약 158억원, 지엘팜텍의 92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더블유사이언스 100% 참여 등 총 250억원을 투입한다. 지엘팜텍은 개량신약 전문 개발 업체다. 천연물 위염치료제, 여드름치료제, 인후염치료제, 신경병성통증치료제 등 개발 실적을 갖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자회사 지엘파마는 경기 안양시에 의약품 생산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더블유사이언스가 지엘팜텍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우 대표의 R&D(연구개발) 경험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개량 및 복합신약에 우 대표 지분이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컸다”며 “향후 인수작업이 마무리돼 우 대표가 지엘팜텍을 본격 경영하면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좌부터 우종수 대표, 권세창 부회장, 조성룡 대표. / 사진=한미약품
좌부터 우종수 대표, 권세창 부회장, 조성룡 대표. / 사진=한미약품

권세창 전 한미약품 대표도 최근 차바이오그룹 연구개발(R&D) 사업화 총괄 부회장에 선임됐다. 한미약품 신약 개발을 이끌었던 권 부회장은 사노피와 얀센, 일라이 릴리, 미국 머크 등에 대규모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진행하는데 중추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특히 권 부회장은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이자 약효 지속 기술인 ‘랩스커버리’ 개발을 주도했다. 10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플랫폼 기술 개발을 계기로 비만과 당뇨 외에도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관여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랩스커버리 기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은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롤베돈이 다음 달이면 미국 출시 1주년을 맞게 된다”며 “3조원에 달하는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서 롤베돈 판매가 한미약품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종수, 권세창 전 대표가 한미약품 R&D에 족적을 남겼다면 조성룡 전 상무는 한미 영업의 핵심 인물이었다. 37세에 한미약품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던 조성룡 전 종합병원 사업본부장은 지난해 말 퇴사 후 주식회사 아진약품을 창업했다. 한미약품 사장을 역임한 임선민씨가 아진약품에 부회장으로 합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CSO(영업대행사)도 판매전문회사도 아닌 아진약품은 차별화된 새로운 모델의 법인이다.

제약사 특정품목을 종합병원에 코프로모션으로 특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쉽게 설명하면 특정의약품을 종병에서 해당 제약사와 공동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국내 매출 1위인 유한양행 비뇨의학과 7개 품목을 전국 종병에서 유한과 공동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진약품은 이처럼 종병 대상 비뇨의학과 품목 공동영업이 주력이며 유한양행 외에도 모 중견제약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헌제약과도 5개 품목을 공동영업하고 있다.

조성룡 아진약품 대표는 “향후 3년 내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CSO와도 다른 영업형태여서 신선한 느낌이 든다”며 “아진약품이 새로운 방식의 공동영업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퇴사한 한미약품 출신들이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들 움직임이 주목된다. 아직 초기지만 앞으로 적지 않은 활동과 성과 가 예고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그동안 많은 숫자의 한미약품 출신들이 다양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올 연말 한미 OB모임에서는 더 많은 퇴직자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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