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대표론과 전문경영인 영입, 우종수 대표 유지론···오너 영향력 증대
종병과 의원 영업 수장 교체, 내년 영업 동향 주목···R&D는 서귀현 부사장 권한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한미약품 경영진 개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너 2세가 향후 전면에 등장할지 주목된다. 수장이 교체된 영업과 연구개발(R&D)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한미약품을 이끌어 갈 경영진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권세창 대표이사와 이관순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기존 한미약품 경영진 중 우종수 대표만 남은 상황이다. 특히 2023년은 한미약품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후계구도가 가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상태”라며 “타 제약사는 물론 한미약품 직원들도 최근 삼삼오오 모이면 경영진 변화를 놓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 대표 외에 경영진 합류가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한미약품 오너 2세군이다. 임종윤(미래전략) 사장과 임주현(글로벌전략, HRD) 사장, 그리고 임종훈(경영기획, CIO) 사장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3남매가 회사에서 사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이중 특정인이 향후 대표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경영실적도 증대되는 상황에서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며 업계에도 유사한 구조가 적지 않다”며 “오너가 전격적으로 단독 대표를 맡아도 되지만 전문경영인과 공동경영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 임 회장 타계 후 회사를 이끌고 있는 송영숙 회장과 3남매가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미 오너 2세들이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내년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사장 중 한 명이 한미약품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경영 경험과 능력, 지분 등을 감안, 두 명으로 압축된다”고 예상했다.
반면 당분간 오너 전면 등장을 유보하고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창립 50주년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2세 대표는 송 회장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특성상 전문경영인을 영입, 공동대표나 각자대표를 맡겨 경영혁신을 도모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기존 우 대표 체제 유지도 업계에서 거론된다. 오는 2025년 3월까지인 그의 임기를 존중하며 단계적으로 경영진 개편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권 대표와 이 부회장 퇴진은 누구의 권유가 아닌 자발적 선택으로 파악된다”며 “대형 제약사 경영진 개편이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케팅과 영업, R&D 등 핵심부서 체제는 내년 한미약품 경영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우선 마케팅 부문은 박명희 전무가 건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비교적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편인데 국내 상위권 제약사 마케팅 여성 임원으로 박 전무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영업은 최근 변화 정도가 작지 않다. 한미약품 영업의 두 축이었던 종병사업부 조성룡 상무와 의원사업부 김정식 상무가 최근 교체된 것이다. 종병사업부는 CI사업부를 담당했던 윤병희 상무가 새롭게 맡았다. 의원사업부는 윤여창 이사대우가 발령 받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두 명 상무는 한미약품의 원외처방금액 1위를 주도하는 등 영업에서 두각을 보였던 인물인데 이번에 교체돼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한미약품이 분위기 쇄신과 영업 활성화를 통한 매출 증대 추진 차원에서 개편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R&D의 경우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귀현 부사장이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미국 FDA(식품의약국) 품목허가에 재도전하는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 데이터 발표 등 R&D 이슈가 적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시장 점유율이 높고 이슈가 많은 한미약품 경영진 개편에 관심이 많은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경영진 개편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오너 영향력이 늘어나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