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운드스퀘어 사명 변경하고 핵심 전략 내세워
이례적으로 전병우 본부장 공식 석상에 모습 드러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삼양식품그룹이 사명을 바꾸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룹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을 변경하고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전략운영본부장(삼양애니 대표)을 공식 석상에 내세웠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식품과 과학을 결합해 ‘글로벌 톱100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나섰다. 그룹은 전 대표의 존재감을 키우면서 오너 3세 승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22일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최근 그룹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해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앞으로 만들어 나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새로운 그룹 기업 이미지와 비전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그룹 광고 캠페인 화면.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 그룹 광고 캠페인 화면.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 실적 추이. / 자료=삼양식품,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양식품 실적 추이. / 자료=삼양식품, 표=김은실 디자이너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 7월 그룹과 지주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최근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삼양은 그동안 사회를 더 이로운 쪽으로 만들어 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앞으로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사고를 바탕으로 식품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핵심 전략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즐거운 식문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및 글로벌 커머스 구축 ▲탄소 저감 사업 역량 집중 등을 내세웠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라면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삼양식품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라면 매출 비중이 94.4%로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605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해외 매출 가운데 삼양 히트작인 불닭볶음면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써 불닭볶음면에 치중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양이 새로운 전략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본부장은 2019년 9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 경영관리 부문 이사를 거쳐 지난해 7월 계열 회사인 삼양애니 대표에 선임됐다.

전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삼양은 불닭을 통해 사람들이 음식을 가지고 논다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펼쳐갈 콘텐츠 사업은 음식의 매력을 디지털 콘텐츠와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통해 확산시키고 글로벌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의 강화를 목표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에서 전 본부장을 공식 석상에 노출하자, 자연스레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실장은 지난해 임원인 경영리더로 승진한 후 1년간 식품전략기획 1담당으로 미주 권역 식품 글로벌 사업 확장에 관여했고, 지난해 말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선임돼 글로벌 전역 식품 사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실장은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공식 석상에도 이 실장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식품 사업은 K푸드 글로벌전략제품인 만두, 치킨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법인을 설립하며 아시아태평양 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이 참석했다.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이 참석했다.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업계에서는 전 본부장도 해외 사업을 시작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통상 그룹 오너 3세들은 해외 사업, 미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룹 내 캐릭터 및 이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 공동대표를 맡고 IP(지식재산권) 사업을 이끌어 온 만큼, 향후 신사업을 통해 과학과 음식을 연결하는 구상을 구현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 본부장을 공식 석상에 선보인 것에 대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 신사업은 전 본부장이 지휘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삼양애니는 한국 음식의 매력을 디지털 콘텐츠와 이커머스 영향력을 통해 확산시켜 글로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앞서 삼양애니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삼양식품 랜드를 메타버스에서 선보인 바 있다. 삼양애니는 더 샌드박스와 삼양식품 랜드를 조성해 브랜드와 콘텐츠 IP를 활용한 NFT 상품을 기획, 제작할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은 향후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고, 전 본부장은 그룹 전략을 담당하다보니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이라며 “삼양애니는 현재 미국 아마존에서 삼양식품 브랜드관을 열고 커머스로 운영하고 있다. 삼양애니는 아직 설립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키워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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