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지난해 매출 기준 1위 bhc에 뺏겨
교촌필방, 라면 등 신사업 잇따라 내놓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교촌에프앤비가 기업 이미지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교촌은 올해 치킨업계 중 홀로 가격을 인상했다. 경쟁사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에 고객 이탈로 실적이 하락했다. 교촌은 bhc에 업계 1위 타이틀도 뺏겼다. 교촌은 창업주 권원강 회장과 부흥기를 이끈 송종화 전 사장을 복귀시키고 신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실적 위기를 맞았다. 교촌은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통상 유통업계는 업계 1위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도 동참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치킨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올해는 교촌만 가격을 올리고 bhc와 BBQ는 현행 가격을 유지했다.

교촌에프앤비 실적 및 치킨업계 매출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교촌에프앤비 실적 및 치킨업계 매출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교촌이 홀로 가격 인상에 나서며 단골 고객을 대거 잃었다. 교촌 치킨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원에 육박했다. 최근 메타서베이 설문 조사에서도 소비자 200명 중 48.7%는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 후 다른 치킨 가게에서 주문한다”고 답했고, “교촌치킨에서 계속 주문한다”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교촌은 최근 3년간 매출 4000억원대 수준의 더딘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매출 기준 업계 1위 타이틀을 bhc에 뺏겼다. 지난해 교촌은 매출 4989억원을, bhc는 매출 5075억원을 기록했다. 교촌은 올 상반기에도 매출 21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559억원) 대비 20%가량 하락한 수치다.

결국 교촌은 창업주 권원강 회장과 송종화 전 사장을 복귀시켰다. 송종화 교촌그룹 부회장은 재직 당시 교촌의 미국, 중국 시장 첫 진출과 허니시리즈 출시 등 교촌 부흥기를 이끈 인물이다. 업계는 교촌이 경영 위기를 맞자 권 회장과 송 부회장을 다시 수장으로 앉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왼쪽)과 송종화 교촌그룹 부회장(오른쪽). / 사진=교촌에프앤비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왼쪽)과 송종화 교촌그룹 부회장(오른쪽). /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 관계자는 “경기위축과 소비침체에 따른 현 상황을 중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송 부회장의 리더십과 위기대응역량이 재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송 부회장은 국내가맹사업,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촌은 실적 회복을 위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교촌 감사보고서를 보면, 교촌 매출 비중은 프랜차이즈 부문이 93%로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매출 비중은 각각 4%, 3%대 머물러 있다. 치킨값 인상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교촌이 내놓은 신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교촌은 수제맥주부터 플래그십 매장, 간편식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선 교촌은 올 상반기 교촌필방을 선보였다. 교촌필방은 치킨 플래그십 매장이다. 해당 매장은 교촌 수제맥주(1991라거·문베어 소빈블랑·금강산 골든에일 등)를 비롯해 교촌필방에서만 구매 가능한 튀김류, 샐러드, 버거 등을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또 교촌필방의 핵심인 오마카세 가격이 1인당 5만9000원으로 높게 책정돼 비난이 일자 출시 한달만에 메뉴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교촌의 허니와함께라면 세트. /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의 허니와함께라면 세트. /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이 선보인 라면 가격도 다소 높다. 교촌은 최근 교촌치킨의 시그니처 소스를 활용한 볶음면을 출시했다. 교촌은 볶음면을 통해 기존 치맥(치킨+맥주), 치밥(치킨+밥)에 이어 치면(치킨+라면)으로 새로운 외식 문화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다만 교촌 볶음면 역시 1개당 2300원으로 아직까지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 외에도 교촌은 최근 특허청에 ‘K1 KYOCHON’, ‘플래버스(Flaverse)’, ‘메밀단편’ 등 상표를 출원하며 신사업 추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메밀단편은 한식 사업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교촌이 닭갈비 쌈요리 전문점 ‘엠도씨’와 돼지고기 전문점 ‘숙성72’를 선보였다가 2019년 정리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과 관련된 기업은 소비자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교촌=가격이 높다’는 이미지가 이미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상태”라면서 “새로운 시도는 곧 교촌이 그만큼 위기란 것을 반증한 것으로, 교촌이 올해 다시 1위를 되찾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교촌 관계자는 “최근에 대만 1호점을 오픈하고 연내 미국 하와이, 캐나다 벤쿠버 매장을 추가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며 “교촌 본질에 혁신을 더해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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