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견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모니터링
오뚜기 내부거래 해소 위해 지배구조 개편 완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뚜기가 관계사들을 흡수 합병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뚜기는 계열사들을 100% 자회사로 재편, 조직 시스템을 효율화하게 됐다. 업계에선 오뚜기가 3세 경영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돌연 오뚜기의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조사를 착수해 눈길이 쏠린다.

16일 공정위는 최근 부당 지원 혐의와 관련해 오뚜기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중견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다수 집단의 부당 지원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지분율, 실적 및 개편된 지배구조. / 표=정승아 디자이너
오뚜기 지분율, 실적 및 개편된 지배구조. / 표=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그간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제재해왔다. 중견집단은 대체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비해 이사회 내 총수 일가 비중이 높아 외부 감사가 다소 느슨한 편이다. 부당 내부거래는 동일 기업집단 내 계열 회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되도록 자금이나 자산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집단에 비해 이사회 내 총수일가 비중이 높고 내·외부 견제장치가 부족해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견집단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오뚜기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간 오뚜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으며 관계사 몰아주기 지적도 받아왔다.

앞서 오뚜기는 2017년 총수일가 기업이었던 상미식품과 풍림피앤피를 각각 상미식품지주·상미식품으로, 풍림피앤피지주·풍림피앤피로 물적 분할했다. 2018년에는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합병, 상미식품과 풍림피앤피는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상미식품과의 내부거래를 해소함과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후 오뚜기는 2020년 오뚜기제유지주 합병해 내부거래를 해소했다. 당시 오뚜기제유지주는 그룹사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의 84.6%를 올렸다.

지난해 오뚜기는 상장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사들을 100% 자회사로 개편,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로써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게 됐다.

다만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정위 조사 착수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아직까지 공정위는 오뚜기에 대한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오뚜기 역시 내부거래 비중을 해소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 상반기 오뚜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풍림푸드와 면사랑을 통해 각각 42억5188만원, 12억9093만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면사랑이 오뚜기와 관련있어 관심이 모인다. 면사랑은 면제품 및 소스류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면사랑은 정세장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함태호 명예회장의 큰 사위고, 함 회장에게는 매형이다. 면사랑이 2004년 처음 생면 시장에 진출할 때 오뚜기가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면사랑 감사보고서를 보면 오뚜기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면사랑은 지난해 오뚜기를 통해 213억6813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면사랑이 지난해 매출 1400억7415만원이었다는 점에서, 오뚜기 내부거래는 전체 매출의 15.3%가량을 차지한다. 면사랑이 1년 전 오뚜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5%가량이었다.

이 외에도 면사랑은 오뚜기 관계사 상미식품(1610억원)·풍림푸드(1억5356만원)·풍림피앤피(14억1022만원)·오뚜기제유(2억7653만원) 등 내부거래가 이뤄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에서 면사랑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내부 거래 매출이 잡힌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