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상반기 매출 5309억원···올해 매출 1조원 달성 전망
불닭 확실한 매운맛으로 10년간 소비자 입맛 장악···"매운 볶음면에서 다양한 제품 나오기 힘들 것"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최근 식품업계에 ‘미투(Me too) 열풍’이 불고 있다. 먹태깡이 인기를 끌자 노가리칩, 먹태쌀칩 등 미투 제품을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이같은 미투 열풍에도 삼양식품의 불닭은 끄떡없이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00억원을 넘긴 삼양식품은 여기에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증가한 5309억원을 기록하며 1조 매출 달성에 더욱 가까워졌다.

삼양식품은 순조롭게 매출 1조 달성을 해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3분기 매출이 29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인 2115억원 대비 37%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이 올 4분기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낸다면 1조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양식품 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양식품 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양식품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은 단연 '불닭'이다.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삼양식품은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치즈 불닭볶음면 등으로 라인을 대폭 확대했다. 

통상 큰 인기를 끄는 히트제품이 나오면 미투 제품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식품업계에서는 미투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제품수가 늘어나 자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불닭볶음면도 출시 초기 미투제품이 나타났다. 팔도는 불닭볶음면 출시 1년여 후인 지난 2013년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 불낙볶음면은 낙지라는 특색을 더한 매운 볶음면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저조한 인기로 인해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됐다. 

지난 2021년에는 농심이 대표 제품 신라면을 볶음면으로 만든 ‘신라면볶음면’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으나,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신라면볶음면은 출시 후 1년간 약 3000만개 판매에 그쳤으며, 현재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상태다. 

이러한 제품들에도 불닭의 인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불닭은 확실하게 매운맛으로 매운 볶음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앞선 두 제품의 맵기 정도를 살펴보면 불닭보다 덜 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맵기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불닭볶음면은 4404SHU인 것에 비해 불낙볶음면 2588SHU, 신라면볶음 3100SHU다. 

불닭 이후 출시된 매운 볶음면들이 소비자 뇌리에 각인되기 전에 사라지면서 불닭은 매운 볶음면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게 됐다. 이후 불닭과 매운볶음면으로 경쟁을 펼치려는 기업도 줄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을 모방한 제품들이 사라진 것을 이미 봤기 때문에 라면기업에서 굳이 매운 볶음면류를 출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여름 매운 음식이 유행함에 따라 기업들의 매운 라면 출시가 이어졌는데 삼양식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볶음면보다는 국물 라면에 집중했다. 예컨대 올해 출시된 매운라면은 농심 '신라면 더 레드', 오뚜기 '마열라면' 등은 모두 매운 국물 라면이다. 

다만 올해 새롭게 라면 시장에 진출한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교촌은 신제품으로 매운 볶음면 출시를 택했다. 교촌은 기존 치킨 레드소스에 청양 홍고추의 매운맛을 더한 '교촌 레드시크릿 볶음면'을 선보였다. 교촌 신제품의 스코빌 지수는 알려진 바 없으나 소비자들은 불닭과 비슷한 정도의 맵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운맛이 차별화되어야 불닭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입맛이 형성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불닭이 오랫동안 소비자 입맛을 장악한 만큼 매운 볶음면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한 매운맛”이라며 “매운맛을 하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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