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품질·안전사고 등 부정적 이슈도
신선식품 내세워 메가푸드마켓 리뉴얼···배송체계도 다각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 홈플러스가 최근 겹악재를 맞았다. 신용등급 하락에 품질 논란, 안전사고 등이 잇따르면서다. 홈플러스는 강점인 신선식품을 내세워 메가푸드마켓으로 기존 점포 리뉴얼 작업에 나서며 온·오프라인 집객 효과를 누리는데 한창이다. 홈플러스는 실적 반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가운데 현재 마주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도가 내려갔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기존과 동일하게 ‘부정적’을 유지했다. 이는 신용등급이 ‘BBB-’로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실적 추이. / 자료=홈플러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홈플러스 실적 추이. / 자료=홈플러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하락한 데는 실적 악화가 있다. 공교롭게도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실적이 하락했다. 홈플러스는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48.7%가량 늘어난 규모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 기반의 높은 고정비 부담,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비용 등 제반 비용 부담이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홈플러스 부채비율도 1년 사이 663.9%에서 944%로 크게 뛰었다.

이로써 홈플러스가 꺼낸 카드는 메가푸드마켓이다. 신선식품 경쟁력을 내세워 메가푸드마켓으로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메가푸드마켓은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가 취임 초부터 강조한 고객 관점 경영 철학을 담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오프라인 대표 채널인 대형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먹거리와 체험을 강화해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가푸드마켓은 고객 수요를 반영한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을 지향한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에만 1000억원대 투자했다. 또 홈플러스는 이 대표가 KFC코리아 최고경영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치킨 상품을 통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치킨값 3만원에 대한 물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6990원의 당당치킨으로 실적 개선을 노리며 식품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점포 기반 배송으로 비용 절감하고 있다. 마트직송, 즉시배송, 이지픽업 등으로 배송 체계도 다각화했다. 최근 홈플러스는 통합멤버십을 무료로 내놓으며 고객 집객에 힘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앞서 2023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투자→매출 증가→이익 증가→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규모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실질적인 재도약을 이뤄내 홈플러스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는 일련의 부정적 이슈로 부진 장기화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이달 송도점 이하 주차장에서 천장의 경량 마감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마주했고, 수입·판매하는 시그니처 포도씨유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확인돼 회수 조치에 나섰다. 최근 발생한 사고가 오프라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추가 현금 유출을 감당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차입금 3000억원, 미지급금 4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조기 상환,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지난 5월 말 기준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 436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하면 1년 안에 홈플러스는 1조1363억원의 차입금 및 미지급금을 갚아야 한다. 이는 홈플러스가 보유하는 현금보다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홈플러스는 2023 회계연도 기준 973억5835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성장 한계에 마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써 홈플러스가 이같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한 1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구매단가로 보면, 대형마트는 3.6% 감소했다. 업태별 매출로도 온라인 매출 비중은 1%포인트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업태 중 대형마트는 0.4%포인트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인식에 따라 홈플러스가 신선식품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실적 개선이 안되고 있다”면서 “요새 젊은층은 신선식품도 이커머스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홈플러스가 올해 얼마나 영업손실을 줄일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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