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병폐로 자체 개혁 어려워져···2년 전 땅 투기 이후에도 별 다른 조치 없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철근 누락’과 ‘전관 카르텔’ 등 LH의 각종 만행이 드러나면서다. 연내 발표 예정인 LH 혁신안으로 ▲전관 카르텔 근절 ▲사업구조 재편 ▲도덕적 해이 등이 거론된다.

비슷한 모습을 2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2021년 6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 국민들의 공문의 확산되자 당시 정부는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혁신을 선언했다. 강력한 통제장치 구축을 통한 전관예우 근절도 약속했다. 개혁안에는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등을 담은 사업 구조 재편도 포함됐다. 그러나 2년 동안 바뀐 건 거의 없다.

이번에도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LH가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붕괴사고 철근 누락 사태 이후 LH는 무량판 구조 단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지만 조사 결과는 부실했다. 전수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단지들이 뒤늦게 드러났다. LH가 발주한 단지의 부실시공으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부실시공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마저 부실하게 진행한 셈이다.

철근 누락 아파트 전수조사 발표 이후 LH를 향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LH는 처음엔 15곳에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철근 누락 아파트 5곳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이 커지자 이번엔 인적 쇄신을 전면에 내걸었다. LH는 전체 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원들 대부분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들끓는 여론에 보여주기 식을 넘어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LH는 땅 투기 논란 당시에도 임기를 단 9일밖에 남지 않은 상임이사를 교체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단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결과 회의’에서도 LH는 쏙 빠졌다. 이 자리에서 GS건설은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정작 발주처인 LH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원 장관은 “건설 관련법상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에 발주처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놨다. 이어 LH의 한 간부는 “감리를 GS건설에 부여해 용역비를 지급했으니 실질적 주관은 GS건설에서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책임을 GS건설에 돌리는 듯했다.

이제 LH에 자체 개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책임을 회피하고 꼼수로 사태를 덮는 일이 반복되면서 LH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이어온 고질적인 병폐가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2년 전처럼 대책만 쏟아내고 개혁 없이 흘러간다면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관 카르텔 혁파 역시 솜방망이 제재가 아닌 오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엄중한 대책이 필요하다. 오래된 관행으로 손댈 수 없는 상황이라면 LH의 해체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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