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 인수 업체 직접 물색···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 지분 인수도 관여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추진···건기식 업체 ‘대원헬스케어’ 경영 분석 경험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 오너 4세와 3세인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과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생일순)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업체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 동갑인 이들이 타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진행한 다각화가 향후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일정 역할을 수행하는 세력이 오너 2세 경영인이다. 단순히 창업주 후손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영진에 무혈입성한 것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을 갖춘 경영인으로 인정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업계 평가다. 특히 2세 경영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제약 외에도 꾸준한 사업다각화를 통해 캐시카우 역할을 할 품목이나 사업을 개발,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창업주나 오너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나 사업을 해외 유학 경험 등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한 2세 경영인이 추진하는 사례가 있다”며 “사업다각화가 2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같은 흐름과 관련, 직접 인수 업체를 물색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과 건강기능식품 업체에 이어 화장품업체 인수를 추진 중인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장남이며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84년생인 윤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2014년 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를 거쳐 2017년 생활건강사업부와 OTC(일반의약품) 사업 담당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2019년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그는 지난해 3월 부사장을 달았다.  

동화약품의 대표적 사업다각화 사례는 지난 2020년 9월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업체 ‘메디쎄이’를 196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조만간 인수 3년을 맞는 메디쎄이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46억원 매출과 3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메디쎄이 인수는 윤 부사장 작품이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윤 부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할 당시 투자 포트폴리오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적지 않은 일을 했다”며 “그는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추진하며 적합한 업체를 물색하다 메디쎄이 인수 당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윤 부사장의 사업다각화 추진은 이달 초순 동화약품의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 기업 ‘중선 파마’ 지분 51% 인수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중선 파마 인수에도 윤 부사장 역할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제약업계는 중선 파마 지분 인수에 이어 동화약품이 또 다른 업체 인수 등 사업다각화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말 기준 동화약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10억원으로 집계될 정도로 유동성은 여유가 있는 편으로 판단된다”며 “동화약품이 추가 업체 인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도 “현재 사업다각화 검토 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도 최근 제약업계 사업다각화와 관련, 주목 받는 인물이다. 백 사장은 대원제약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회장의 장남 백승호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이다. 윤 부사장과 1984년생 동갑인 그는 미국 브랜다이즈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2016년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전무를 달았다. 지난해까지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한 그는 올 초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원제약과 코이노, 수성자산운용으로 구성된 DKS 컨소시엄은 최근 화장품업체 ‘에스디생명공학’ M&A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29일 에스디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DKS 컨소시엄은 향후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 이상을 제시하면 에스디생명공학 인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자문은 EY한영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현재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추진 관련 사항은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 적은 편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과 실무를 진행하는 태스크포스(TF)가 공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는 대원제약의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추진은 이미 진행 중인 건기식 사업에 화장품 사업을 추가해 본격 다각화를 진행하려는 취지로 분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에스디생명공학이 진행한 사업 중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진 대원제약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있다”며 “해당 분야는 화장품 사업일 수도 있고 다른 사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 초 공식 취임한 백 사장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인수이기 때문에 그와 분리해서 이번 작업을 생각할 수 없다”며 “현재 대표이사가 아닌 백 사장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성공시켰을 경우 경영권 승계가 앞당겨질 수 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추진에 앞서 대원제약은 지난 2021년 건기식 업체 극동에치팜(현 대원헬스케어)를 인수한 바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8월 당시 백인환 전무를 극동에치팜 사외이사에 발령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 사내이사에 이어 백 전무를 극동에치팜 사외이사에 임명한 것은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라며 “건기식 업체 경영을 들여다봤던 백 사장이 화장품업체 인수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결국 동화약품과 대원제약이 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사업다각화는 소수 업체 인수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윤 부사장과 백 사장은 업체 매출과 수익성은 물론 본인 경영권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다각화에 적지 않은 노력과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제약사의 사업다각화는 1-2년이 아닌 기본적으로 향후 5년이나 10년동안 긴 호흡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일시적이고 단순한 실적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그들이 진행하는 사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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