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5월 임상보고서 제출 후 생산 중단···SK케미칼도 “생산계획 없다” 
‘담객출 곤란’ 임상서 유의미한 결과 못 얻은 듯···‘염증성 부종 완화’ 보고서는 내주 제출  
핵심은 작년 공단과 체결한 환수협상···22개사, 임상서 효과 입증 못하면 수십억원 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됐던 ‘스트렙토’ 제제의 임상재평가 결과 확정이 임박한 상태로 파악된다. 시장점유율 1위와 3위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생산을 중단했고 이들이 주도한 임상시험 결과 등으로 인해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향후 관심은 정부와 환수협상을 타결시킨 제약사들이 스트렙토 제제 처방액 일부를 환수당할 지 여부로 요약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트렙토키나제’와 ‘스트렙토도르나제’ 등 스트렙토 제제는 염증성질환 치료 용도로 사용되는 소염효소제다. 현재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과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스트렙토 제제에 대한 효과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7년 임상재평가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약품 주도로 ‘담객출 곤란’ 적응증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SK케미칼은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 적응증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이처럼 임상재평가에 착수한 지 6년이 경과됐고 현재로선 확정된 내용이 없지만 해당 제약사들은 스트렙토 제제 생산과 판매에 소극적이다. ‘담객출 곤란’ 적응증 임상시험을 주도한 한미약품도 5월 하순 식약처에 임상보고서를 제출한 후 6월 자사 스트렙토 제제 ‘뮤코라제’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생산 중단 후 현재는 뮤코라제 재고 소진도 마무리한 상태다.  

이어 SK케미칼은 지난 6월 스트렙토 제제 ‘바리다제’ 생산을 중단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바리다제의 경우 동일성분 다른 제약사 제품 생산 중단 및 공급 이슈로 올해 계획된 공급 대비 수요가 급증해 재고가 모두 소진됐으며 향후 생산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단, SK케미칼은 자사가 주도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 적응증 임상보고서는 당초 기한인 오는 31일까지 식약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스트렙토 제제 시장 1위와 3위 품목을 보유해왔다. 이처럼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제약사들이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업계는 사실상 임상재평가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이 입장을 밝히지 않더라도 자사가 주도한 임상이 성공했다면 절대 생산 중단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업계 상식”이라며 “결국 임상시험 결과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은 것이 간접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재평가가 없었어도 최대 70원인 스트렙토 제제의 낮은 약가와 수익성으로 인해 생산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제약사들이 있던 상황”이라며 “스트렙토 제제는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이고 눈치 빠른 제약사들은 지난해부터 대체품목을 찾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식약처는 스트렙토 제제 임상재평가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SK케미칼 임상보고서가 제출되면 종합 검토를 거쳐 재평가 시안을 결정하고 시안 열람과 이의신청 등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며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에는 시안이 나왔을 경우와 확정됐을 경우 통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이의신청 기간은 10일이기 때문에 해당 제약사 입장에선 소명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핵심은 지난해 스트렙토 제제 제조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한 환수협상이다. 환수협상이란 임상재평가 실패 즉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공단과 해당 성분 품목 제조사들이 환수율과 환수 대상 기간을 협상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지난해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급여재평가에서 스트렙토 제제는 급여삭제로 결정됐지만 임상재평가 종료 시까지 1년간 유예를 받았다. 이후 제약사들과 공단 협상 결과, 22개 업체가 22.5%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임상재평가가 실패할 경우 공단이 1년 처방액의 22.5%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환수한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환수 기간은 2022년 12월부터 약제급여목록에서 제외 혹은 급여범위가 변경된 날까지 기간으로 파악됐다. 향후 식약처가 임상재평가 결과를 확정해 적응증을 삭제할 경우 복지부도 스트렙토 제제의 약제급여목록 제외 등 후속조치를 단행할 전망이다. 스트렙토 제제는 지난해 270억원대 원외처방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공단의 처방액 환수 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이에 올 상반기 처방액을 보면 12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전체 제약사 처방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공단과 협상에 착수한 제약사는 37곳이고 타결시킨 제약사는 22곳이다. 협상 과정에서 15개 제약사가 이탈한 것이다.  

이에 현재로선 22개 제약사의 처방액 환수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스트렙토 제제의 임상재평가 실패로 적응증 삭제가 확정되면 복지부와 공단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22개 제약사가 총 수십억원 규모 처방액을 정부에 지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눈치가 빠른 제약사들은 지난해 공단과 협상 과정에서 탈출했고 자사 의약품에 애정과 미련이 있던 제약사들은 처방액 중 일부를 정부에 내야 하는 상황 직전에 몰렸다”라며 “제약사들은 그동안 임상시험 비용 등 적지 않은 자금을 부담했기 때문에 피해가 적지 않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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