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중기 손상’ 배상 책임변제 비율, 이자 등 쟁점
파기환송심 “노조원 배제한 노조 배상” 강제조정 시도
정부 이의제기로 조정 불발···조정안과 유사한 결과 예상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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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경찰 장비 등을 배상하라며 국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쌍용차 국가손해배상’ 파기환송심 판결이 오는 25일 선고된다.

재판부는 노조원들을 배제한 채 노동조합에만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권고했으나, 정부 측이 이의를 신청함에 따라 판결로 이 사건 결론이 지어지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민지현 정영근 박순영)는 대한민국이 전국금속노조 등 3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오는 25일로 지정했다.

이 소송은 쌍용차(현 KG모빌리티) 노동자들이 지난 2009년 5월~8월 사측의 정리해고 발표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헬기·기중기 훼손 등이 원인이 됐다.

파기환송심 쟁점은 ‘기중기 손상’에 대한 책임변제 비율이다. ‘헬기 손상’ 관련 대법원은 경찰의 진압작전이 적법한 직무수행 범위에서 벗어난 불법행위이며,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또 기중기 손상에 대해서도 경찰이 손상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수리 비용 및 휴업 비용까지 노조 등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재판부는 노조원은 배제한 채 노동조합에만 기중기 손상 배상책임을 물리는 내용의 조정안을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판부는 또 14년간 발생한 이자가 너무 많다며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측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 조정은 불발됐다. 강제조정은 당사자 중 한쪽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자동 효력을 잃는다.

오는 25일 나오는 판결 결과는 재판부가 양측에 기전달한 조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판부 스스로 제시한 조정안과 다르게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복수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노조 측은 14년간 이어진 이번 민사소송이 국가폭력과 같은 것이라면서 조속한 종결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정부가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법적 다툼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부가 아닌 쌍용차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역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회사가 노조원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는 이미 취하됐으며, 쌍용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이 계속 중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전체 인력 37%를 감원한다는 회사의 대규모 정리해고안에 반발해 2009년 5월 공장을 점거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와 노조 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경찰은 같은해 8월4~5일 경찰특공대와 기동대 등을 공장에 투입했다. 강제진압과정에서 최루액과 테이저건, 헬기와 기중기 등이 동원됐다. 경찰 투입으로 파업은 77일 만인 8월6일 종료됐다. 이후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장비가 파손되고 경찰이 다쳤다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항소심은 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이 투입한 헬기·기중기 사용이 정당했다는 전제 아래, 경찰의 일부 과실 등만 반영해 노조 등에게 11억2891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배상 지연에 따른 이자가 붙었고 대법원 판결 시점 배상액은 30억여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11월30일 대법원은 국가 권력이 헬기와 기중기를 위법한 방식으로 운용한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헬기와 기중기 관련 손해액은 11억1490만원으로 원심에서 인정한 전체 손해액(11억2891만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사실상 정부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부분 인용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경찰 부상 관련 치료비, 차량·진압장비·휴대용 무선기 등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대법원도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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