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올해 역대 최고 실적 예상···질적·양적으로 모두 성장
친환경, 프리미엄 부문서 성과 돋보여···고성능 부문은 강화해야
대표모델로 ‘N 비전 74’ 양산 필요···기술 및 디자인 완성도 높아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현대자동차의 수준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기아까지 합한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넘었다. 올해 말까지 20조원이 넘는 최고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및 중국 시장 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거둔 실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이러한 결과는 고급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났고, 친환경차 판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수준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글로벌 최상위 수준으로 높아질 준비가 된 것이다. 실적도 좋으니 양적·질적으로 모두 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1위를 향한 도약이 시작됐다.  

향후 글로벌 1위 그룹이 되기 위해선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양적 팽창을 위한 대중 모델과 질적으로 우수한 프리미엄 모델이 균형을 갖춰야 한다. 또 여러 시장에서 최고의 제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해야 한다. ▲친환경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 ▲고성능 브랜드로서 삼박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지만 고성능 브랜드 부문에선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정의선 회장은 벤츠의 AMG, BMW의 M과 유사한 개념으로 지난 10여년 전부터 고성능 ‘N’ 브랜드를 키워왔다. 다만 아직 소비자에게 눈에 띄게 다가서고 있지는 못하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에서 우승하며 이전보다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본격화된 만큼 초점을 잘 맞춰야 한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다. 고성능 브랜드 역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현대차의 N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엔 아이오닉5 N이 영국 굳 우드 페스티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각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포르쉐 타이칸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을 보여주는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상징적인 대표모델이 되기 위해선 조금 아쉬움도 남는다. 대표모델로는 좀 더 격차가 큰 모델이 필요하다. 

지난해 현대차가 공개한 모델 중 ‘N 비전 74’가 있다. N 비전 74는 단순 콘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운전이 가능한 모델이다. 디자인 장점과 첨단 기술력을 갖춰 현대차의 대표모델이 되기에 적합하다. N 비전 74는 배터리와 수소전지가 함께 들어갔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융합해 운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제조사는 흔치 않다. 

디자인 역시 의미가 깊다. N 비전 74는 지난 1974년 현대차가 토리노 모터쇼에서 독자 모델로 전시한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포니 쿠페는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백 투더 퓨쳐(Back to the Future)’의 미래 자동차 모습에 영감을 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N 비전 74는 바로 이러한 차를 재해석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완성도가 뛰어나 글로벌 전시회에서 모든 관심이 대상이 됐다.  

최근엔 영국의 유명 TV 프로그램 ‘탑 기어’에서 실제 운행이 이뤄져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성능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양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양산을 기대하고 있고, 현대차그룹도 관련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 비전 74가 중요한 이유는 극한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네시스를 포함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추고 있지만, 고성능을 대표하는 ‘N’의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표모델이 부재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N 비전 74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슈퍼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완성도가 높다. 미래 고성능 모델의 중심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N 비전 74의 양산이 이뤄진다면 현대차그룹이 입지를 굳히고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5년 전 필자는 자동차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역사’ 번역작을 정리하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130여년의 자동차 역사 중 단 한 페이지도 대한민국의 차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토요타는 물론 마쯔다의 로터리 엔진까지 소개됐다. 이제는 현대차가 역사의 한 줄이 아닌 한 페이지를 장식할 시기가 됐다.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N 비전 74의 중요성은 크다. N 비전 74 디자인에 영감을 준 포니 쿠페는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에서부터 부각됐다. 지난해 아이오닉5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상을 휩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러한 아이오닉5를 더욱 미래형으로 제작한 차량이 N 비전 74다. 자동차 기술력은 물론, 디자인 완성도까지 높다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초고성능 모델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포르쉐가 타이칸과 같은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는 이전 브랜드 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디자인적으로도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한다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N 비전 74는 완전히 새롭게 탄생하는 모델이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융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대차가 N 비전 74를 양산한다면 굳이 판매량까지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극한에 도전하는 슈퍼 모델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커, 투자 대비 충분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된 모델보다 완성도를 더 높여 출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환호받으며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현대차는 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춰나가고 있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은 N 비전 74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현대차는 해당 모델의 양산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필자도 N 비전 74가 출시된다면 예약해 구매해보고 싶다. 두려움보단 기대와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1000대 한정 생산은 어떨까? 양산형이 언급되는 순간 모든 예약은 바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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