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량공세에 만성 공급과잉 지속
한화·효성, 주요 생산라인 축소·매각 검토…비상·책임경영 선언

LG화학 전남 여수NCC 공장.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NCC 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석유화학업계에 실적 및 업황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사업 개편 및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LG화학이 과감한 구조개혁을 선포하며 한계사업으로 꼽은 해당 분야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화와 효성 역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기업은 LG화학이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불황에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른 사업으로 재편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대표적으로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 NCC 2공장은 2조6000억원이 투입돼 2021년 증설이 완료된 최신 설비다. 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의 쌀’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장기화된 부진과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에 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석유화학 기업 역시 LG화학의 구조조정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향상된 기술력, 가격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기업의 생존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한화의 석유화학계열사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2021년 영업이익 9929억원을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2240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는 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2% 줄었다. 줄어드는 수익성에 내부 발생 비용 및 고정비를 줄이고 새로운 분야로 중심 사업을 바꾸는 비상경영에 나선 것이다.

충남 대산공장에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공장 준공이 구조개혁의 신호탄이다. 이 공장에선 태양광 패널 등에 주로 쓰이는 친환경 신소재가 생산될 예정이다. 전통사업인 석유화학에서 벗어나 친환경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1년 간의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달 중순 임원·팀장 등 관리자급에 책임 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그가 직접 이메일을 통해 ‘쓴소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현재 경영 상황을 위기로 인식해 빠른 사업재편에 나서기 위해 관리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 계열사 중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은 효성화학이다.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500억원대의 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쌓인 손실 규모는 5000억원 규모다.

효성화학은 적자 탈출을 위한 카드로 대전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 철수를 검토 중이다. 나일론 필름은 충격강도와 산소 차단성이 뛰어나 생활용품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국내 시장에서 이 분야의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그러나 나일론 필름이 사용되는 전방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악화의 주범이 되자 사업을 축소 및 정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이다. 기업 내부에선 인력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위기감기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수는 있지만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해당 분야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만성적 공급과잉에 수익성 개선 시점이 예측되지 않는 만큼, 사업 구조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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