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4세 중 한발 앞선 위치 차지했지만 정유사업 부진에 후계 구도 ‘안갯속’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 준공 등 사업다각화 통해 수익 안정화 도모 ···수요보다 공급 더 많아 성과 미지수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사진=GS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 사진=GS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업황 불안에 따른 실적 악화로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차기 총수 승계 경쟁에서도 ‘가시밭길’을 걷는 모양새다. 오너 일가 4세 중 현재 총수인 허태수 GS 회장의 다음 바통을 물려받을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GS칼텍스의 대내외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허세홍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69년생으로 GS 4세 중 최연장자다. 아울러 4세 중 허윤홍 GS건설 사장과 함께 주력 계열사를 이끄는 인물이기도 하다.

허태수 GS 회장은 올해 취임 4년차로 아직 후계 구도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허세홍 사장 등 총 9명의 GS 4세들이 계열사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허 회장의 다음 총수 자리를 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총수 후보로 꼽히는 이들은 허세홍 사장과 허윤홍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이다. 지주사 ㈜GS의 보유지분은 허세홍 사장 2.37%, 허서홍 부사장 2.1%, 허윤홍 사장 0.53% 순이다. 허세홍 사장이 연령뿐만 아니라 지분 역시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모습이다.

아울러 허세홍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2019년부터 이끌며 경영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급등이라는 호재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조5321억원, 3조9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97% 크게 증가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는 호실적에 기반해 저탄소에 중점을 둔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사업 모델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경기침체 등 외부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정유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이 곳에선 연간 에틸렌 75만톤(t)과 폴리에틸렌 50만t, 프로필렌 41만t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올레핀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기초 소재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석유화학산업이다. 비정유부문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정유사라는 고착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종합석유화학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감지되는 투자이기도 하다.

단, 시장에선 이 선택이 ‘악수(樂手)’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정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분야 역시 최근 업황불안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이 오히려 실적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 5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한 바 있다. 유가하락으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해서다. 올해 1분기에는 정제마진이 약간 개선되면서 306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실적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GS칼텍스 대표 취임 후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며 성공 가도를 달려온 허세홍 사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줄어드는 수익성에 추진 중인 신사업마저 무너진다면 승계 구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불거진다.

재계 관계자는 “GS 오너 일가 4세들의 경영 성적표를 보면 그동안 허세홍 사장이 월등히 앞선 위치에 있었지만 현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혼전 양상이 됐다”며 “신사업 추진 성과와 미래 먹거리 발굴로 본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차기 총수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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