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편의점 무인점포 3300개 돌파···2019년 200개에서 급증
"무인점포 문의 많지만 전환 적어"···방문객수·매출 감소 가능성 고려해야

서울 소재 하이브리드 점포형 이마트24. / 사진=이숙영 기자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며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무인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인점포가 미래형 편의점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무인점포가 자리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주들은 무인점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점포를 운영해 전체 운영 비용에서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최저임금이 늘며 인건비가 증가해 편의점주의 편의점 운영의 어려움이 커졌다.

전날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시급은 1만1832원이다. 즉 자영업자가 내년에 사람을 고용할 경우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최저시급은 1만원이 넘는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편의점주들은 무인점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무인점포는 말 그대로 사람 없이 운영되는 매장이다. 업계에서는 낮에는 사람이 상주하고, 심야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른 바 '하이브리드 점포'도 무인점포로 분류한다.

최근 4년여간 하이브리드 점포를 포함한 무인점포의 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2019년 200여개에 불과했던 무인점포는 2022년 3300여개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CU는 400개, GS25는 790개, 세븐일레븐은 520개, 이마트24는 1600개의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중 대부분은 완전 무인점포가 아닌 하이브리드형 무인점포다. 

편의점 4사 무인점포 수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무인점포의 최대 장점은 인건비 절약이다. 편의점주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근무하는 직원에게 야간수당으로 최저임금의 1.5배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형 점포를 운영할 경우 심야시간에 따로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존에 야간시간 운영을 하지 않던 점포도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을 통해 야간 시간대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고, 기존 편의점 입지로 적합하지 않던 곳에도 무인점포는 운영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에 무인점포에 관심을 보이는 편의점주가 많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에서는 무인점포가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에 대한 문의는 많지만 그중 실제로 점포를 바꾸는 점주의 수는 적다"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이 무인점포로의 전환을 망설이는 이유는 매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편의점 사업에 있어 '서비스'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이 직접 응대하는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간의 심야 시간 방문객수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심야 방문객수가 줄면 점포는 제품 발주를 줄이게 되고, 이는 곧 상품 다양성을 떨어뜨려 결국 매출이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또 무인점포의 경우 보안을 위해 신용카드, QR코드 확인 등의 절차를 걸쳐 입장해야 하는데 이러한 요소가 빠르고 쉽게 편의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편의점은 여러 브랜드가 한 지역 내 밀집해있어 고객이 불편을 느낄 경우 인근의 다른 편의점을 이용하기 쉽다.

담배, 주류, 상비약 등의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도 진입장벽 중 하나다. 편의점은 담배, 주류 판매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 규제로 인해 담배, 주류, 상비약 등은 사람 대면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무인점포 내 담배자판기 등이 있더라도 심야시간에 직원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 

상품 도난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달 부산 해운대, 기장 등에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대포폰을 사용해 편의점 출입 인증 절차를 거친 뒤 5여곳의 무인 편의점에서 물건을 절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밤 12시부터 7시까지 무인(매장)하다가 도난 당하고 (편의점 운영을) 잠정중단했다"는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점주는 "(무인점포 운영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편의점은 상품 도난을 막기 위해 보안업체와의 업무협약을 통한 장기체류 이상 감지, 무인점포 원격 관리 시스템 운영, 실시간 CCTV 조회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범죄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도심이나 주거 공간보다는 특수한 입지에 어울리는 사업모델"이라며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라 하더라도 상권, 시간당 매출 등을 고려해 심사숙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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