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한 달···제약조건 증가에 의료 현장 혼란 ‘불만’
바로필 등 사업 접는 업체도 등장···시민 불편에 국회 내 법제화 탄력 조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서울시 서초구 국제 전자센터 대회의실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장의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서울시 서초구 국제 전자센터 대회의실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장의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이후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에 비해 제약조건이 늘어나면서 환자들의 이용이 불편해졌단 지적과 함께 사업을 접은 업체들 또한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이 법제화로 이어져야 한단 입장인 가운데 국회에서도 최근 법안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하향하면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단계에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위기 단계 하향으로 비대면진료가 불법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 시범사업이다.

다만, 시범사업은 팬데믹기간 허용됐던 비대면진료에 비해 제약조건이 늘었다.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섬, 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 초진도 허용토록 했다. 약 배송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한 달을 맞으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비대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단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소아나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불만이 주로 제기된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40대 주부 이 모씨는 “아이들 키우면서 경제활동을 함께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대면진료가 참 편했는데 이제 초진이 안 된다고 들었다. 뭔가 많이 복잡해진거 같다”며 “주말이나 심야시간대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약 처방도 못 받지 않나”라고 말했다. 

원격의료사업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이후 상황은 예상했던 대로 가고 있다”며 “원래보다 시범사업에서 적용받는 사람들이 극히 축소됐고, 이걸 확인하고 증명하는 것들은 오롯이 의사와 환자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파서 치료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의 불편함이 커지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다. 또 의사의 경우 행정적인 부분을 괜히 잘못 건드렸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단 설명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주요 비대면 업체인 닥터나우의 경우 팬데믹 기간 20%에 육박했던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이 시범사업 시행 후 7.3%까지 급감했다. 소아청소년 분야 비대면진료 참여 의사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대면 업계 관계자는 “불편들이 가중되는데 플랫폼에 역할이 부여되지 않다보니 손 놓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약간 등떠밀리듯 시범사업이 진행됐는데 이것이 정말 원래 목적으로 추진됐던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 시행 이후 사업을 접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진료 및 약배달 스타트업 바로필은 이날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2021년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바로필 측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사업 축소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끝낸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8일엔 여성을 대상으로 비대면 성병검사를 해왔던 체킷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인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3개월 간 계도기간을 두고 자문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이날부터 민간 주도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불편 접수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원산협 관계자는 “개별기업들로부터 환자, 의사에게 시범사업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문의가 굉장히 많이 오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선 지금 법적, 기술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복지부에도 전달을 했지만 아직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 실제 국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목소리를 모아 전달하기 위해 불편센터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원산협은 시범사업 이전 17%였던 의료진의 진료 취소율은 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범사업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정부는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을 넘어 법제화가 필요하단 입장인 가운데 국회에서도 시범사업 이후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비대면 진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선 시범사업 시행 전엔 법제화 자체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복지위 관계자는 “최근 열린 법안소위에서 여야간 법제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접점을 맞춰가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복지위 주변에선 법안 논의시 정부의 시범사업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안 논의시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 허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산협 관계자는 “(시범사업 이후에도) 국회에 계속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및 법제화 등 현장의 목소리와 개선방향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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