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정, 다음달 1일 시행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한해 초진 허용
소아 환자, 휴일·야간 외 재진부터 허용 원칙
업계 “의견 반영 안 돼, 국민 혼란 우려” 반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다음달 1일부터 의원급,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대다수인 초진 환자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우려가 제기된다. 비대면 진료 업계는 즉각 정부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을 보고했다.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을 말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돼 시행돼 왔으나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하향되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정부는 법개정시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의 길을 열었다. 다만, 비대면 진료의 범위는 다소 축소했다. 그간 의료기관 급에 관계없이 초진과 재진 모두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시범사업에선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 중심으로 바뀐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는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섬, 벽지 지역 거주자, 만 65세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엔 예외적으로 초진도 허용된다.
관심을 모았던 만18세 미만 소아 환자는 재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휴일과 야간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제한적 비대면진료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지만 처방은 받을 수 없다. 복지부 측은 “소아 환자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으면 진료를 받았던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며 “대면진료 경험이 없는 경우는 공휴일이나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만 비대면진료를 통한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이나 치료 후 지속적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비대면진료는 화상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화상통신이 곤란한 환자는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를 통한 진료가 가능하다. 유뮤선전화가 아닌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만으론 진료가 불가하다. 비대면진료 후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나 이메일을 송부해 받게 된다. 약 배송은 근접 의약품 수령이 어려운 섬 및 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가능하다.
복지부 측은 “시범사업은 다음달 1일부터 대상환자를 제한해 시행한다”며 “다만, 환자와 의료기관에 제도 적응기간을 주고자 3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방침을 두고 비대면 의료 플랫폼 기업 입장들은 경영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 절대 다수가 초진인데 정부가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방침을 정하면서 사업 자체를 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렸단 지적이다.
실제 상당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사업 철수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사업을 하는 플랫폼 업체 썰즈는 지난 27일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종료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안은 이달초 발표했던 초안보다도 더 후퇴한 안이다. 이대로라면 비대면 진료로 사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해당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 단체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 발표 내용은 업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틀 남은 시점에서 발표한 시범사업안은 당연히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국민과 의료진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초안 발표 후 2주 만에, 정식 시행 이틀 전에 최종안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산업계를 포함하는 시범사업 협의체를 구성해, 계도기간 내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진찰료와 조제기본료 외에 시범사업 관리료 30%를 가산하기로 한 수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 대폭 축소했지만 의약계를 위한 수가는 증가했다”며 “비대면진료는 의료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누릴 수 있단 편의성은 높이고, 재정적 부담은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