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높은 건설비용·전기료에 미국 생산시설 건설 계획 없어···"말레이시아 사업 집중"
대규모 투자 결정 앞 AMPC 지급 한도와 기간, 방식 등 구체화 안 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북미 공급망 구축 어려움 겪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태양광 산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대표적 수혜 산업으로 꼽히지만 한화솔루션을 제외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미국 현지 공장 증설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감안해도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과 관련해 미국 현지 공장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외형보다는 장기적으로 폴리실리콘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MPC 보조금 규모를 따져봤을 때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을 상계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공장 증설 비용은 중국의 5배, 한국의 2.5배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공장 증설에 적극적 행보를 취하는 것과는 반대 행보다. 태양광 모듈은 1W당 7센트, 공정 단계별로 최대 26센트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한화솔루션 한화큐셀 부문의 대규모 수혜가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모듈 생산 규모를 올해 3.1GW, 내년 8.4GW 규모로 증설하고 미국 판매 비율을 전체의 70%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폴리실리콘에 대한 보조금 수혜 규모는 오히려 태양광 셀·모듈과 비교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 kg당 3달러의 보조금을 준다”면서 “오히려 태양광 셀, 모듈과 비교해 생산 단가 대비 보조금 비중은 크다”고 했다.
건설 비용과 함께 북미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높은 전기료가 지목된다. 업계는 폴리실리콘 생산원가의 30~50%를 차지하는 전기료를 낮추는 게 원가 절감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OCI가 생산거점을 군산공장에서 말레이시아로 옮긴 배경에는 말레이시아의 한국 대비 3배 가까이 저렴한 전기료가 있었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경우 전기료가 원가를 좌지우지하는데 미국에 생산거점을 갖추는 데 따른 비용 증가와 IRA 보조금 수혜를 비교하면 현지 진출은 큰 장점이 없다”면서 “말레이시아 공장의 경우 원가가 중국 업체와 비등한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춘 상태”라고 했다.
AMPC 지급 한도와 기간, 방식 등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점도 대규모 투자 결정을 힘들게 한다. OCI는 위험을 떠안기보다는 생산비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MPC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말레이시아는 비중국 공급망으로 분류돼 이곳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은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는 7달러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실리콘 업계 전반이 미국 진출에 선뜻 나서지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태양광업체 GCL 테크놀러지는 비싼 비용을 이유로 미국 진출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GCL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연산 10만4500톤의 생산 규모를 갖춘 글로벌 2위 업체다. GCL은 첫 해외 진출 대상으로 건설 비용이 저렴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 앞단인 폴리실리콘 업계만 미국 진출을 망설이는 건 아니다. 태양광 셀·모듈을 생산하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 또한 미국 진출에는 보수적이다. 수출을 통한 미국 시장 확대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지 공장 증설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폴리실리콘 업계와 달리 공급망 관리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연결되는데 가치사슬을 수직 계열화한 한화솔루션과 달리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까지 원자재를 따로 조달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발효된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에 따라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해왔다. 중국의 태양광용 원자재 상당수가 신장에서 제조되고 있어 중국산 원재자 사용에 따른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가치사슬 전반에서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중국산 원자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증설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공장 건설 비용 문제보다는 공급망 구축에 있다”면서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을 중국을 우회해서 조달해야 한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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