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로 태양광 패널 글로벌 점유율 80%···최근 판가 15% 하락
중국산 美 진출 일시적 현상이란 전망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내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수출길이 묶였던 중국산 태양광 패널(모듈)이 다시 미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미국 내 태양광 셀·모듈 1위 한화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태양광 업체 두 곳은 지난해 6월 발효된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으로 몇 달 동안 미국 항구에 쌓여있던 태양광 모듈을 다시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출 물량은 약 900메가와트(MW) 규모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신장지역 소수민족 위구르족에게 강제노동을 시켜왔다는 의혹을 제기, UFLPA를 통해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해왔다. 다만 미국 세관은 이번에 수입한 태양광 모듈의 경우 신장지역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을 사용한 제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태양광 모듈의 절대적 공급 부족 현상이 중국산 제품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동남아 공장을 통한 우회 수출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시장 1위 업체인 한화솔루션에게 저가 중국 태양광 모듈의 미국 재진입 소식이 달갑진 않다. 저가 모듈이 시장에 풀리면 판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향 태양광 모듈 수출 가격은 전고점 대비 15% 가량 하락한 상태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저렴한 전기요금과 인건비를 기반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벨류체인 전반에서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셀·모듈을 주로 생산한다.
◇한화솔루션, 대규모 증설로 대응···IRA 세제혜택도
다만 판가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 중국산 모듈이 미국으로 지속 유입되더라도 중국 제품의 최종 판가는 우려할 만큼 낮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중국산 모듈을 수입하는 이유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미국에 태양광 모듈을 수출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 제품에 비해 관세가 커 가격 경쟁력에서 큰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미국 내 대규모 증설을 통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자신했다. 한화솔루션은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조지아주 달튼 공장의 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5.1기가와트(GW)로 늘리고 내년 말 상업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3.3GW규모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미국으로 모듈을 수출하는 건 일시적 현상"이라며 "한화솔루션 뿐만 아니라 미국 퍼스트솔라 등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이 미국 내 증설을 앞두고 있어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RA에 따른 세제 혜택도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다. 보조금 수령으로 총 매출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해 판가 하락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의 판가 IRA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부터 태양광 신규 시설 건설에 총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투자세액공제를, 태양광 제품 생산 시 300억달러 규모의 생산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화솔루션은 10년간 연 1조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