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 RE100 선언 요구로 국내 수출기업 '위기'
루트에너지·식스티헤르츠,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
넷플릭스·JYP·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 'RE100 달성'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실천을 위해 국내 수출기업들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 27곳이 RE100을 선언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 세계적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RE100 이행을 돕는 에너지 IT 소셜벤처들이 주목받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RE100 선언을 요구받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태양력,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하면 탄소배출이 0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3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거래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RE100 불이행이 또다른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선언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 세계적으로 현저히 낮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의 6.3%에 불과했다. 브라질은 84.2%, 덴마크 78.3%, 캐나다 67.9%, 스웨덴 66.4%이 가장 높았고, 중국, 미국, 일본도 각각 29.3%, 20.0%, 19.5%로 한국과 큰 차이로 높았다.
이에 최근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위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전국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IT 소셜 벤처로, 이미 국내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전국 200여개 발전소와 협력해 9.2GW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임팩트 투자사 MYSC의 공유오피스 '메리히어'가 공유오피스 최초로 지난해 RE100을 달성했다. 지난해 사용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건축물 온실가스 배출이 기존대비 90%가량 감소했고, 건물 내 공용 공간을 포함한 입주사들 역시 RE100을 이행하게 됐다. MYSC는 올해 루트에너지와 함께 제주 오피스에도 재생에너지 전환 소루션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엔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코리아와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JYP엔터테인먼트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지원했다. 전 세계 넷플릭스 중 유일한 RE100 미충족 기업이었던 넷플릭스코리아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100% 재생에너지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루트에너지 고객사 중 14개의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목표를 달성했다. JYP를 시작으로 국내 문화예술업계의 RE100 이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발전 및 탄소중립(Net-Zero) 분야 사업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루트에너지는 약 4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식스티헤르츠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고, SK에너지와도 주유소를 전기·수소차 충전소로 전환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소프트웨어 제작 협력도 진행했다.
지난해엔 카카오 제주 사옥의 RE100 달성을 돕기도 했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전국 각지의 시민조합이 생산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지난 한 해 제주 사옥에 소모된 전력 전량을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식스티헤르츠는 태양광과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산전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에너지 스크럼'(EnergyScrum)을 개발해 CES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스티헤르츠 관계자는 "소셜벤처로서 현재 국내 기업들과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