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까지 승인하며 결국 우리나라 공정위 승인만 남겨둬
애초부터 제한된 경쟁하는 방위 산업 특수성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가 해외 경쟁당국에서 모두 통과되면서 자국 심사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만을 남겨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달 31일 유럽연합(EU)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승인키로 결정했다. 예상보다도 보름 이상 빠른 결정이었다. EU는 앞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점 우려 때문에 결합승인을 불허한 터라 승인여부에 특히 더 관심이 쏠렸다.

까다롭게 여겨지던 EU마저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자 시선은 공정위로 온전히 쏠리고 있다. 자국 심사당국인 공정위가 오히려 기업들에게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이 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은 동종업종이 아니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공정위는 다른 포인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함용 무기와 설비를 만드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돼 군함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업계 및 재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선 방위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각 사마다 납품할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는 방위산업은 민간기업들이 모두가 뛰어드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화가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입지가 제한적인데, 마치 다른 기업들의 기회를 크게 막는 것처럼 해석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설사 방위산업이 아니라고 해도 단순히 그러한 이유가 문제가 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 부품은 경쟁사에서도 쓴다”며 “기업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경쟁사라고 부품을 영업하지 않으려 하거나, 혹은 부품이 좋은데 안 사려 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와 공정위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한화 측에 자체적 시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고 하는 반면, 한화 측은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시정 방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결국 두 기업의 결합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처럼 조건이 붙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미국계 기업 임원은 “해외에선 기업결합은 심각한 독과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보고 그러한 부분이 없다면 그냥 해주면 되는 명료한 작업인데, 이전부터 보면 한국에선 유독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특별한 일인 것처럼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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