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제품 물량 차이 1억대 이상···매출 격차 확대 관측도
“삼성폰, ‘갈지자’ 횡보···중간에 낀 샌드위치 상황”

삼성전자·애플 751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상위 10위 모델 출하량 비교. /자료=옴디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삼성전자·애플 751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상위 10위 모델 출하량 비교. /자료=옴디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 격차가 전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애플보다 1억대 이상 적어 수익성 경쟁에서 불리한데, 물량 차이가 벌어지면서 매출 간극도 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재정비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1달러(약 97만4000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상위 10위 모델 중 삼성전자 제품은 2종(갤럭시S22 기본형·울트라)으로 물량은 2700만대다. 이외 8종은 모두 애플 ‘아이폰13’과 ‘아이폰14’ 시리즈 등으로 출하량은 1억8170만대로 집계됐다. 양사 격차는 1억5470만대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1’ 시리즈 2940만대, 애플은 아이폰 1억7250만대를 출하해 1억4310만대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물량은 전년 대비 8.2% 줄어들고 애플은 5.3% 증가하면서 출하량 격차는 1160만대 더 늘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체 시장에서도 애플 물량은 9.1%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5.4% 감소했다.

프리미엄 부문에서 물량 차이는 양사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저가 모델인 ‘갤럭시M’,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A’, 플래그십 기종인 ‘갤럭시S·Z’ 등을 출시해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한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를 제외하면 모든 제품이 플래그십이다.

물량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두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2억5900만대로 1위, 애플이 2억3100만대로 2위였다.

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 매출 비교. /자료=각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프리미엄 제품 출하량 차이는 양사 수익성 격차로 이어진다. 지난해 아이폰 매출은 265조5060억원(2055억 달러·2022년 원달러 평균 환율 1292원 적용)으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매출(네트워크사업부 포함)인 120조8100억원보다 140조원 이상 많다. 2021년 매출 격차(약 110조원)보다 더 벌어졌다.

시장 양극화로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양사 매출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애플 아이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은 800달러(103만3000원) 이상이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300달러(38만8000원) 중후반 수준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신제품이 나올 때 지갑을 여는 계층은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고소득층인데,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애플 매출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라인업이 너무 다양해서 ‘갈지자’로 횡보하는 느낌이다. 저가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 빼앗기고, 프리미엄 제품은 정확한 포지셔닝이 없어 중간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제품 라인업 측면에서 무수한 모델을 쏟아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사업 전략에 실책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수익 구조, 디자인, 밸류체인 등 통틀어 어떤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는지 자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시장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S시리즈와 폴더블폰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 하고 있다”며 “출시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공개된 ‘갤럭시S23’ 시리즈가 제품 성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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