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호실적' 불로소득으로 규정, 임직원마저 ‘적폐’ 취급
횡재세 더해 휘발유 도매가격 공개 압박···업계 “시장경제 원칙 위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정유업계가 정부에 ‘죄인’으로 단단히 낙인이 찍혔다. 기름값으로 서민의 ‘고혈’을 쥐어짜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글로벌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로 국민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기본급의 10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며 정부와 국회의 타깃으로 전락했다.

정유사 임직원들은 기업 경영과정에서 나타난 호실적을 기반으로 성과급이 책정된 것인데, 이를 ‘불로소득’으로 규정해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에 환멸마저 느낀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에 소작농을 괴롭히던 ‘마름’이나 ‘지주’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억울해 하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조차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위 지인에게 얘기하면 ‘배부른 소리’한다며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도 말한다.

정유업계는 여론과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의 배경에 정부와 국회가 있다고 토로한다. 징벌적 과세 성격의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데 이어, 이제 휘발유 도매가격까지 공개하라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9월 입법 예고한 석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정유사들의 경쟁을 유발해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란 계산이지만, 각 기업이나 주유소들은 오히려 기름값을 더욱 비싸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한다.

휘발유 가격은 거래처에 따라 공급가나 유통구조 등이 각양각색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도심이나 외곽 주유소는 임대료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매가 공개가 현실화되면 마진이나 유통구조 등 영업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라고 정유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나서 가격을 공개하라며 압박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까지 정유업계에 수많은 규제가 가해진다면 기업 임직원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규제라는 족쇄와 서민을 앞세워 시장경제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강구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자유로운 경제 및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죄인이란 낙인은 근로 의욕을 줄여 활력마저 없앨 공산이 크다. 정유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국민임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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