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 역대급 이익 낸 반도체 기업들 적자 전망
횡재와 악재 오가는 일반적인 기업 상황을 감안해 횡재세 도입 신중해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던 ‘횡재세’ 이슈에서 다른 대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야당이 횡재세를 업종 상관없이 다른 대기업까지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해놨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업연도 소득이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소득금액의 20% 이상 초과한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 부과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의석수를 감안하면 야당에서 발의되는 법들은 대부분 충분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횡재했다’는 말은 보통 길가다 돈 주웠을 때와 같이 뜻 밖의 이득을 얻게 됐을 때 하는 말이다.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깔린 기본적 생각은 기업들이 돈을 번 것이 횡재했다, 즉 운 좋게 이득을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선 횡재세 이슈 중심에 선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뜻밖의 국제정세들로 정제마진(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운영비 등을 뺀 값)이 올라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되파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해외 정유사들과 차이가 있고, 단순히 횡재한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익이 횡재로 얻은 것인지 분류하고 따지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역시 횡재세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핵심은 ‘기업들이 횡재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횡재했다고 돈 더 걷어가는 것이 맞느냐’다.

기업경영을 하다 보면 운 좋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반대로 안 풀릴 때도 있다. 꼭 무엇을 잘해서 대박을 내거나 무슨 잘못을 해서 쪽박을 차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잘나가던 여행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무너지고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었던 때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반대로 그러한 시국 속에 이득을 본 기업들도 있다. 누군가의 호재는 누군가의 악재다. ‘비 와서 노점하는 사람들 속상하겠네’하면 ‘우산 장사는 좋겠네’하던 어르신들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기업들에겐 영원한 호재도, 악재도 없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이득을 본 대표적 산업 중 하나가 반도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이 끝난 지금은 어떤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9000억원 적자를 봤고 올 1, 2분기에도 수조원 적자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겨우 면했지만 올 1분기는 적자전환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 역시 지나치게 우려할 건 없다. 두 기업의 시장에서의 입지, 그리고 사이클이 있는 산업임을 감안할 때 수급상황이 정상화되면 또 다시 예전처럼 이익을 내겠지만 어찌됐든 당장은 그렇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횡재가 ‘그들 만의 횡재였을까’인가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매출이나 수익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어찌됐든 해외에서 국내로 돈을 벌어들여 온 ‘횡재’라는 소리다. 그것만으로 사실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있는 것이다.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은 세금도 많이 내니, 정부도 그 ‘횡재 사이클’에서 아예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기업’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기업은 항상 ‘사람’을 담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이 돈 번것은 결국 사람이 돈 번 것이다. '성과급 잔치’를 한다고들 표현하는데, 그 성과급 받는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도 국민이다. 그 횡재했다는 기업 종사자에 따르면 주말에도 나가 일하느라 경조사도 챙기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기업이 이익을 낼 때 고생한 주역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열매가 돌아가면 정의롭지 않고, 그것을 꼭 정부가 다시 걷어서 쓰면 정의로운 것이라는 사고도 그렇게 정의로워 보이진 않는다. 그냥 인간적으로 부럽고 배는 아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기업들도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언급했듯 누군가의 호재는 누군가의 악재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거쳐 경기침체, 고물가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사실상 모든 이들이 악재인 상황이다. 평시와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상황엔 타인에게 고통이 되는 상황으로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또 함께 노력한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면 횡재세 도입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횡재세를 언급한 것도 단순히 정유사들이 횡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걷어 투자하고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보다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나 CEO들이 이익을 챙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잘 되면 국가경제와 국민 삶도 나아진다’는 명제를 참으로 만드는 것은 기업들 몫이다. 단순한 ‘일회성 기부’ 등이 별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건 이번 횡재세 논란으로 확인된 만큼, 보다 사회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행보를 고민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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