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쿠에스터 스타트업 지놈 생태계 전략총괄 기조연설
"현재 벤처투자 시장, 심각한 위기 아냐···유동성 거품 꺼진 것"
"한국, AI·기후기술 등 딥테크 영향력 커···R&D 투자 확대해야"

스테판 쿠에스터 스타트업 지놈 생태계 전략총괄이 '스타트업포럼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한국은 딥테크 파워가 강한 곳이다. 올해 벤처투자 시장은 더 어려워질 테지만, 기술 분야는 건재할 것." 

스테판 쿠에스터 스타트업 지놈 생태계 전략총괄은 30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 2023'에서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주소와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스타트업 지놈은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이자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다. 2012년부터 세계 100개국 280개 도시를대상으로 창업생태계 순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위는 실리콘밸리가 차지했고, 서울은 10위에 올랐다. 전년도인 2021년보다 6단계 상승해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먼저 쿠에스터 총괄은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벤처캐피탈(VC) 투자 상황을 짚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C 투자금은 3000억달러(한화 390조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4600억달러(한화 598조원)에 달했던 전년보다 급격히 하락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심각한 위기'가 아닌 시장의 조정으로 인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2021년엔 과도하게 유동성이 늘면서 스타트업 투자도 비정상적으로 몰렸지만, 지난해부터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2023년은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LP(출자자)와 GP(위탁운용사)들의 펀드 출자가 제한돼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입되는 투자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스위스연방은행(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긴급 인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슈가 세계 금융 체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VC들에게 자금를 제공하는 LP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에스터 총괄은 또 산업 규제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U가 AI 앱 활용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AI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이러한 규제들은 AI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타트업은 특히 규제 입법 환경의 변화를 잘 인식하고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역동적인 글로벌 규제 흐름 속에 재빨리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스타트업 시장은 더욱 심화되고, 여러분의 피칭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여러분의 사업모델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지놈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딥테크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프라나브 아리야 스타트업 지놈 시니어 컨설턴트는 "AI, 바이오, 기후 기술, 농업 기술 등 딥테크 분야의 경제 추세를 보면 확실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불경기에도 딥테크 분야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서울이 딥테크 분야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리야 컨설턴트는 "글로벌 혁신 지표에서 한국이 전 세계 6위를 기록했다"며 "서울에는 AI, 바이오 등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R&D(연구개발)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투자보다 국내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한국은 현지 VC 투자 비중이 높다"며 "글로벌 VC를 공략해 자금뿐 아니라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에스터 총괄도 "한국은 딥테크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상당히 좋은 지점에 있다"며 "세계 최대 기업들이 세계금융위기에 탄생했듯 우리는 지금 기술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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