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 낮아”···미 정부도 지원
“연준 긴축 부작용 첫 사례···금리 경로 바뀔 수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되며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사이에선 변동성 확대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략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정부 지원으로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VB 사태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증권사 보고서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SVB 사태로 지난주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변동성 지수가 치솟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역발상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선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간) SVB는 예금 지급을 위해 채권 자산을 매각하고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신주 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예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예금자들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발생했고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 조치에 나섰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폐쇄 조치가 내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 시간) 폐쇄 조치가 내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상업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연쇄적인 은행 도산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 지난 10일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4.80으로 뛰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이슈가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타 중소은행으로 연쇄 우려가 더 확산되지 않는 것이 확인될 경우 SVB 사태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주가 하락을 투자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미국 인덱스 및 IT,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바이도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SVB, 실버게이트 등의 파산은 올해 기업 파산이 많을 가능성을 암시해 주는 신호탄일 수 있는데 기업 파산 증가가 증시에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올해 파산 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경기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확산이 제한적이라면 경기 바닥을 통과하는 혹은 강세장이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DB금융투자는 “SVB 사태를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 투자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될 수 있지만 연준의 태도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오히려 상장 주식시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 증권사가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배경에는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이들은 미국 금융기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을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SVB의 총자산 규모(2090억달러)는 JP모건(3조2019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 다른 은행 대비 과도하게 미국채 투자에 나섰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요소로 평가된다. 실제 이날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금융시장 충격을 덜기 위해 SVB 예금에 대해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을 보증하기로 했다. 은행에 대한 예금자의 불신을 낮춰 연쇄적인 뱅크런을 막겠다는 의도다.

연준의 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역발상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번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발생한 부작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블랙스완 이벤트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여준 첫 사례”라며 “해당 이슈는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경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즉, 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만큼이나 과도한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증시 역시 이 같은 요인들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 거래일 대비 0.24%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이날 장중 1.04%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으로 전환한 상태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날 장중 2.23% 급락했다가 0.12% 하락으로 낙폭을 줄였다.

다만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신영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VB는 특수 케이스라 원래대로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 대다수”라며 “오는 21~22일 FOMC에서 연준이 50bp(basis point, 1bp=0.01%포인트) 인상을 고집하거나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균열이 급격하게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아직은 위험자산 전반에 대해 경계적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코스피 1분봉차트 흐름.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코스피 1분봉차트 흐름.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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